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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Oct 20. 2023

나에게도 관심을..


-응애~응애~~

“아지야! 애기 기저귀 좀 가져와라!”

묵묵히 가져오는 아지.

조금 후,

“아지야! 이리 와서 잠깐 애기 좀 보고 있어. 엄마 금방 씻고 올게.”

심드렁한 표정으로 건너오는 아지는 누워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작은 아가의 해맑은 표정을 본다.





아지의 막둥이 동생.

태어난지 갓 100일이 지난 아직 젖냄새로 휘감고 있는 신생아다.

아지네는 4남매이다. 아지의 오빠는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했고, 바로 밑에 아지와 1살 차이인 남동생, 그리고 막둥이 갓난쟁이 여동생.


엄마는 늦은 나이에 늦둥이 여동생을 낳고는 지금 한창 힘들어 한다.

그렇길래, 왜 저리 고생을 사서 벌였는지 아지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엄마는 늘 자신을 심부름꾼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일만 있으면, 자신을 부른다.

“아지야~, 아지야~~”

사춘기로 접어든 아지는 미칠 노릇이다.


아지는 무언가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주목을 받기는 더더욱 싫어하는 성격이다.

누군가 아지에게 MBTI를 묻는다면, 지독한 I형이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띵글아~ 넌 하루 종일 먹구 자구 놀구 싸구.. 좋겠다. 언제 클래?”

해맑게 손을 보고 꼬물거리며 놀고 있는 막둥이 동생에게 아지는 말을 건넨다.


“아지야! 얼른 동생 깨워서 밥 차려 먹구 학교 가.”

“아침 먹을 건 있어?”

“대충 우유에 씨리얼 타먹구 가든지.. 밥솥에 밥도 있긴 있어.”

“반찬은 있어?”

“얘가 오늘 아침 따라 왜이리 반찬 투정이야. 대충 김싸먹구 가든가.. 엄마 힘들어,”



아지는 오늘 따라 괜히 심통이 난다.

나이든 엄마가 막둥이 동생을 낳아 힘들 것을 뻔히 알지만, 늘 자신에게만 집안 일을 시키는 모양새가 슬슬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러길래. 왜 동생을 낳았냐고..”

들릴 듯 말 듯 혼잣말로 말한다.


“뭐라고?! 너 뭐라고 했니??”

“아니야. 암말 안했어. 구범이 깨워서 대충 먹고 학교 갈게.”

“저 가시나가. 엄마를 지가 도와야지. 누가 도와.”


아지는 퉁퉁 발걸음으로 거실을 나와 주방으로 걸어갔다.


“야! 김구범!! 빨랑 일어나. 지금 안일어나면 지각이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는데도 묵묵부답인 남동생 방문을 뻥차고 들어가는 아지.


“야! 너 진짜 더 이상 안 깨운다. 어제도 지각 했잖아. 좋은 말 할 때 일어나라고. 엉??!!”

발로 구범이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아. 아… 왜 이래? 알겠어. 알겠다고!!”

다시 한 번 엉덩이를 걷어차는 아지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구범은 일어나자마자 아지의 손목을 꺾는다.

덩치도 키도 아지를 따라 잡은지 오래다.


“아..아아…야!! 너 왜.. 그래?.. 누나가 너 챙겨주면 고맙다고 해야지...”

“그러길래, 왜 나를 먼저 치냐고!!!!!!”

“엄마.. 이 자식 좀 봐.. 내 손목을 꺾…어…..”

아프고 순간 서러워서 아지는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안방에서 건너오는 엄마.

“너희들은 왜 아침부터 또 싸움이니? 어?? 엄마도 힘든 거 안보여? 사이 좋게라도 지내야 할 거 아냐?”

“누나가 나를 아침부터 내 엉덩이를 걷어 찼어. 허리 삐끗한 거 같아.”

“넌 동생을 깨우라고 했지. 패라고 했어? 응?? .”



억울한 아지. 더 큰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엉엉 소리 내서 울고 만다. 정말 아무리 생각하고 이해해 보려고 해도 너무 심한 것 같다.

자신이 뭘 잘못 했는지, 왜 혼나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간 참아오고 섭섭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폭발해 버리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자신을 이리 방임할 거면 왜 대치동이라는 정글에서 찐따로 만들고 있는지 도대체 부모님을 이해할 수가 없다.


바로 동생 방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방에서 책가방을 들고는 뛰쳐 나간다.


“하. 참.. 저놈의 기집애 승질머리는.. 야! 너는 왜 누나한테 대드냐. 누나가 너 챙겨서 학교 가려고 깨운건데. 잘 좀 하지 그랬어.!!”



속상한 건 아지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여태껏 자신을 조용히 돕던 순하디 순한 딸이 울며 뛰쳐 나간 모습에 여간 맘이 쓰이지 않는다. 안방에서 또다시 울리는 갓난쟁이의 울음소리. “응애~응애~~”

아지는 엘리베이터 안 거울을 보니, 눈물 콧물로 뒤범벅된 자신의 모습이 여간 못마땅 하질 않다.

자신의 못난 모습에 서러움이 더더욱 북받쳐 오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물을 훔치고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핸드폰을 꺼낸다.

늘 아침식사를 잘 건너 띄는 깜이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아지와 깜이는 빵과 우유를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아지야! 너 무슨 일 있어? 왠일로 아침에 편의점에서 보자고 했어?”

“나 진짜 빡쳐. 엄마 땜에.. 동생 태어나고 더 심해졌어. 무조건 나만 시켜!”

“에고.. 진짜 열받겠다. 어른들은 다들 왜 그러는 거야!!”


아지편에서 맞장구 치는 깜이. 사실 깜이는 형제 많은 아지가 순간순간 부러웠던 적이 많았는데, 오늘 아지의 속상함을 보니, 형제 많은 것이 단점일 수도 있겠다 싶다.



교문 앞.

멀리서 대지가 힘없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대지야!!”


깜이와 아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지를 부른다. 교문 앞 횡단보도 건너편에서도 J와 Y가 보인다. 다들 모여 들어갈 수 있겠다.

속상했던 아지의 마음이 친구들을 봄과 동시에 풀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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