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회장님! 제가 다음 미팅 때까지 제안서를 다시 준비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엔 계약할 수 있도록 한팀장이 제대로 제안서를 해 올거라 믿어요.”
“네네. 좀 더 디테일한 방법으로 준비해 오도록 할게요. 미흡한 점 이해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PB룸을 나가는 고객.
J의 엄마는 마음이 급하다.
반일 휴가를 내었지만, 늦게 온 고객으로 인한 계약 성사건 때문에 지금 정리하고 나가더라도 J를 픽업 해서 병원 예약 시간까지 빠듯하기만 하다.
게다가 계약 성사까지 어그러졌다. 깐깐한 고객의 요구가 더 있어 제안서를 수정하기로 하고 다시 미팅을 하기로 했다.
회사 주차장에서 속력을 냈던 탓에 사고까지 날 뻔했다.
그래도 빨리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당연히 집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J는 아직 오지 않았다.
순간 갑자기 불안스러워졌다. 또 시간 개념이 없는 J가 옆으로 샌 건 아닐까 싶었다.
J의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연락을 해보지만, 신호음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순간 열받는 심정을 넘어서 걱정이 살포시 밀려온다.
혹시나 해서 믿음직스러운 J의 친구 Y에게 연락을 해본다.
-뚜.뚜.뚜.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마도 바쁜 Y는 분명 학원으로 갔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연락해 볼 아이는 Y뿐이다.
두 번을 더 해 보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J 엄마 순애는 대강 채비를 하고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선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학교 근처로 가서 J를 찾아보는 것이 낫겠다 싶다.
오늘 J가 가기로 한 성장 병원은 워낙에 유명해서 몇 개월 전부터 대기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 진료를 받지 못한다면 또 다시 몇 개월을 기다려야할 판이다. 게다가 고객 계약까지 뒤로 미루고 온 순애는 마음이 다급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으로 가서 황급히 차를 몰고 나오는 순애.
교차로의 황색불을 보았지만, 엑셀을 밟으며 전속력으로 신호를 통과하려 하는 찰나였다.
바로 그 때, 건너편에서 급하게 달려오던 대형 트럭과 부딪치고 만다.
잠시 후,
-삐용 삐용~~
119 구급차와 경찰차가 사고 현장에 왔다.
그리고, 크게 다친 순애는 구급차에 이송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
순애는 의식을 잃었다.
다급히 이송된 병원에서 순애는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병원의 연락을 받고 도착한 순애의 남편.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하다.
어디론가 전화하는 순애의 남편.
“양아~ 엄마가 지금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서 수술받고 있다. 놀라지 말고! 괜찮을 거야. J를 네가 잘 챙기고 있어야 한다. 걱정마라. 아빠가 다시 연락하마.”
아이들을 안심시키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순간 놀란 마음에 울컥할 뻔 했다.
“아빠! 진짜 얼마나 다친 건데요? 엄마 괜찮은 거죠? 그런 거죠??”
J의 오빠 양도 너무 놀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른다.
단지 엄마의 상태가 괜찮기만을 확인하고픈 마음 뿐이다.
“그래. 양아! 아빠가 또 중간중간 연락해 줄 테니까 J 잘 살피고 있어!”
그리고선 바로 전화를 끊는다.
벌써 8시간 째 수술 중으로 나오는 전광판.
속이 타 들어 가는 것만 같다. 생각보다 수술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한순애님 보호자분! 수술실 앞으로 와주세요!!”
간호사의 말에 J의 아빠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부랴부랴 뛰쳐 나간다.
수술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나오는 의사.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 일단은 깨어나는 걸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기 파열이 심했고, 뇌출혈 양상이 좀 있어서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술실 앞에서 쉽게 발을 뗄 수가 없는 J아빠.
심장이 마구 뜀박질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