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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Oct 20. 2023

제 탓이오. 다 제 탓이옵니다.


“아.. 나 핸드폰!!”

“왜~ 핸드폰 없어?”

“모르겠어. 아까 다이소에서 내가 분명히 핸드폰 꺼내서 시간을 봤었거든. 어딘가에 흘렸나?”

“잘 찾아봐. 책가방에 없어?”


다이소에서 정신없이 이것저것 구경하며 움직인 탓에 J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근데 지금 몇시야?”

J가 다급한 마음에 묻는다.

“지금? 4시 5분”


큰일이다. 병원 예약이 4시였는데, 분명 엄마가 J를 찾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안되겠다. 얘들아! 일단, 난 집으로 갈게. 안녕~”

“그래. 내일 보자~”

아이들과 헤어진 후, J는 가열차게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엄마에게 혼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30분 정도 늦어진 건 별거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본다.



-띡띡띡띡.

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야!! 너 왜 핸드폰 안받아??”

“엄마는??”

“큰일났어. 엄마 교통사고 나서 병원이래.”

순간, J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혹시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무섭기만 하다.



“그래서.. 엄..마…는 어떤거래? 괜찮은.. 거지…..?”

“아. 몰라. 아빠가 다시 연락해 주기로 했어. 아.. 미치겠다. 답답해.. 엄마가 괜찮으시겠지… 괜찮을 거야…..


갑자기 J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앙~~~~~. 어떡해 어떡해 오빠?”

“울지마. 재수없게. 괜찮을 거야. 기도하자. 엄마 아무일 없게 해 달라고..”



J와 양은 집 성모상과 십자가상 앞에 앉아 기도를 한다.


‘제발!! 제발 주님!! 저희 엄마를 살려.. 주세요….!!’

J는 울며 간절히,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 시각, 병원.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순애.

옆에 울먹거리는 호섭이 순애의 손을 잡고 있다.


“여보.. 제발 눈 좀 떠 봐. 우리 양이, J를 생각해서라도 말이야..”


순애는 기척이 없다.

도대체 언제쯤 의식이 돌아올런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만, 나가셔야 해요. 중환자실 면회 시간은 끝났습니다.”

“네. 혹시 의사 선생님 뵐 수 있을까요?”

“네. 여쭤 볼게요. 대기실에 가 계세요.”


뚜벅뚜벅 중환자실에서 나온다. 하루 온종일 초긴장 한 탓에 중환자실 앞 의자에 털썩 주저 앉고 만다. 아이들이 걱정된다.

다시 전화를 거는 호섭.


“응. 양아~ 엄마 수술은 잘 끝났어. 지금 중환자실에 있구. 면회가 힘드니까 일단은 걱정하지말고 있어. J는 들어왔니?”

“네. 아빠. 근데, 엄마 진짜 괜찮은 거죠? 별 일 없는 거죠?”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빠! 아빠!’ 울면서 소리치는 J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갑자기 J아빠 호섭의 눈에 눈물이 그렁 맺힌다.


“양아. 동생 잘 보살피고 있어라. 놀라지 않게. 니가 큰 애이고, 이제 성인이니까 중심을 지키고 동생을 돌봐야 한다. 여기 상황은 또 아빠가 전화하마. 저녁 잘 챙겨먹구!”

“알겠어요. 아빠! 여기 걱정은 마세요.”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니, 이제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으리라. 호섭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언제 깨어날지 알기라도 한다면 좋으련만.

담당의사를 만나 상황을 물어봐야 이 불안을 떨쳐 버릴 것만 같았다.


멀리서 걸어오는 의사.

호섭이 달려간다.


“선생님! 한순애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저희 집사람 언제쯤 깨어날 수 있을까요?”

“지금 확답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몇 일 두고 봅시다.”


갑갑 하기만 하다. 답이 없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니.

아까 수술 직후의 의사와 판이한 모습에 살짝 겁나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투벅투벅 병원 1층으로 걸어내려가는 호섭.



J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고의 주범이 자신 때문이라는 확신이 든다.

엄마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이런 사고는 없었으리라.


이 얘기를 오빠에게 꺼내기도 무섭다.

이 말을 하는 순간, 확실하지 않은 사실이 확정 됨과 동시에 그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J야! 저녁 뭐 먹을래? 밥은 먹어야지. 배 안 고파?”

“안 먹어.”

“너 이럼, 아빠 엄마가 더 걱정하실거야. 우리가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어야 돼!

“…오빠… 나 정말 못… 먹.. 겠어…”


양 역시 밥 생각이 없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제발 엄마가 무사하시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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