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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Oct 20. 2023

엄마의 꿈


“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빠! 왜요? 왜 그런거에요?”


“양아. 엄마가 깨어났다는 구나. 엄마가 깨어났데.”


“아 정말요? 아빠! 정말인거죠? 저도 아빠 따라 갈래요.”


“아빠가 먼저 가고, 이따가 너희들 데리고 갈 테니, 일단 J 깨워서 알려주고, 학교 보내. 니가 잘 챙기고 있어. 이따가 전화할게.”


“알겠어요.”


헐레벌떡 호섭은 차키를 챙겨 문을 나선다.


“야! 얼른 일어나. 엄마가 깨어났데. 감사합니다! 주님!”

양이 J를 깨우며, 두손을 모아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린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J는 꿈인가 싶다.

“오빠! 진짜야? 엄마가 진짜 깨어났데? 나 병원으로 갈거야. 엄마 보러 갈거야.”

“일단은 학교 다녀와. 다녀와서 엄마 보러 오빠랑 같이 가자.”


J는 당장이라도 엄마한테 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사고난지 장장 10일만에 엄마가 의식을 되찾았다. 학교를 가는 길에도 J는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학교로 가는 발길이 영 떨어지질 않는다.

눈물만 앞을 가린다.

평생 흘릴 눈물을 다 뿜어내는 것만 같았다.


‘다시는 시간을 미루지 않을거야. ‘몇분만 이따가’ 하는 그런 짓 따위는 절대 안할거라고!  엄마만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엄마 말씀 잘 듣고 열심히 살거야!’


J는 다짐 또 다짐을 해 본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감사하게 보인다. 얼른 수업이 끝나고 엄마한테 가고픈 마음뿐이다.   




“여보! 나 알아 보겠어? 정신이 좀 들어?”


고개를 끄덕이는 순애.

의사는 의식이 좀 늦게 돌아오긴 했지만, 수술도 잘 되었고 몸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의식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 병원에서도 걱정을 했던 눈치였다.

전날, J가 왔다간 덕분인지 순애는 J와 남편이 돌아간 직후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간호사는 전했다.

그리고 새벽에 눈을 떴고, 의식을 되찾게 되었다.


“여보! 정말 고마워. 이렇게 깨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순애의 볼에도 눈물이 타고 내린다.



양이는 학교 앞에서 J를 만나 병원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엄마!!!!!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이제 괜찮은 거지? 엄마..”

두 아이들은 일제히 엄마를 부둥켜 안으며 울고 만다.


“엄마! 엄마! 진짜 미안해. 내가 너무너무 잘못했어.”

엉엉 우는 J.

엄마는 J와 양의 손을 살포시 잡는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보름 정도를 병원에서 보낸 후, 순애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아야 했고, 병원에서는 당분간 스트레스 받는 일을 자제하라고 했다. 순애가 다니던 회사에는 어쩔 수 없이 병가를 내게 되었다.


“엄마! 미안해. 나 땜에 회사도 못 다니게 되고.. 정말…죄송해…요…..”

또 J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J야. 엄마는 회사를 쉬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사실 엄마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 하느라 너무 힘들었거든. 엄마를 좀 쉬라고 하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아 감사하다. 그리고 엄마는 그동안 못다 이루었던 꿈인 작가를 해 보려고. 글을 써 볼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나는 걸?”


“엄마...”


J는 목이 메었다. 엄마가 자신이 미안해 할까봐 저리 말해 주는 것이 너무 죄스러울 뿐이었다.



“J야! 엄마 말 잘 들어봐. 이건 진짜 있었던 일인데..”


“응. 엄마.”


“우리 J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산달이 다 되어갔을 때의 일이야.”

조용히 엄마를 응시하는 J.

왠지 옛날이야기를 듣는 거 같아 귀가 솔깃해 진다.


“지하상가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있었는데, 그 주인이 예지력이 있는 사람이었나봐. 엄마 배를 보더니만, 엄마 보고 무슨 띠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엄마가 돼지 띠라고 했지. 그랬더니, 그 사람이 ‘뱃속의 아이와 같은 띠겠구먼‘ 하더라.”

J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해 진다. 엄마는 집중도 있게 말을 이어 나갔다.


“곧이어 하는 말이 ‘뱃속의 아이 때문에 꿈을 이루겠네 엄마가.’ 이러는 거야. 세상에!”

늦둥이로 태어난 J는 엄마와 같은 띠인 돼지 띠였다. 엄마와 같은 띠여서 특별히 좋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자신이 엄마에게 무언가 특별한 도움이 된 존재인 것 같아 뿌듯해 진다.


“그래서, 엄마? 그래서 그사람이 뭐라고 말해??”


“응, 그리고 나서 엄마는 사려는 물건을 사서 집으로 왔어. 그 당시엔 그냥 별 뜻없이 듣고 흘려버렸는데, 요즘 와서드는 생각이 정말 이렇게 회사에 휴직도 내고 글을 본격적으로 써볼까 하는 마음이 커지는걸 보니, 진짜 엄마가 하고 싶던 작가의 꿈을 이룰 수도 있겠다 싶더라.”


J는 엄마의 말을 듣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고, 엄마는 앞으로도 영영 회사에 못나갈 수도 있을 거란 불길한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지금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이 뭔가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거듭난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에서 벗어나는 듯 싶었고, 글을 쓸 생각에 행복해 하는 엄마 모습을 보니까 내심 J 역시 날아갈 듯 기뻤다.


“엄마. 나도 앞으로 진짜 진짜 시간 미루거나 어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거야. 시간 약속은 철저히 지킬 거고, 몇 분씩 미루는 습관은 아예 없애 버릴거야. 그리고 열심히 살게. 약속!!”


J는 엄마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한다.



그날 밤,

J는 침대에 누워 아까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를 곱씹어 본다.


지난 열흘 간의 시간이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1분, 2분을 미뤄왔던 일, 시간을 아끼지 않고 허비했던 일, 약속 시간을 가볍게 여기며 쉽게 어겼던 일들.

J는 다짐해 본다. 더 이상 이렇게 시간을 마구마구 내다버리지 않기로 말이다.

다시 J에게 되돌아온 소중한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가 건강해지기를, 또한 행복해지기를 기도해 보며 잠이 든다.




“J야~ 일어나!”


“응, 엄마! 나갈게.”


벌떡 일어나는 J.

더 이상 시간을 미루는 일 따위는  이제 J사전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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