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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Oct 20. 2023

의식을 찾아주세요!


일주일이 지났지만, 순애는 아직 의식이 없다.

병원에서도 이렇다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술은 잘 되었다손 치더라도, 의식이 되돌아 오는 건 온전히 환자의 몫.

제발 잘 깨어나 주길 바랄 뿐이다.


일주일 째, 의식이 없다는 사실을 양만 알고 J에게는 말해 주지 않았다.

J는 단지 엄마가 병원에서 수술 후 누워있고, 현재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만 알고 있다.

J는 일주일째, 깜이, 아지, 대치와 놀지도 않고 학교만 끝나면 조용히 집에 왔다. 그리고, 늘 십자가상과 성모상 앞에 앉아 울면서 기도했다.




‘하느님 아버지, 어머니 마리아님! 제발 저희 엄마 좀 얼른 쾌차해서 집으로 오게 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기도하다 울다를 반복하며 침대에 누워있기 일쑤였다.

아까 전, 대지가 한 말이 자꾸 신경 쓰인다.


“야. 너희 엄마 교차로에서 엄청 큰 사고였데. 건너편에서 오는 트럭도 세게 달렸고, 너희 엄마 차도 엄청 밟았었나봐. 지나가던 내 친구가 봤는데, 진짜 사람 안 죽은 게 신기할 정도였데..”


점심시간에 대지가 한 말이 내내 거슬린다.

엄마가 자신 때문에 빨리 가려고 차를 빨리 몰았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찰나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갑자기 J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지갑을 챙기고 현관문을 뛰쳐 나간다.


버스를 타고 서울병원에 도착한 J.

간호사실 앞에서 서성인다.



“혹시 김순애 환자가 몇 호실인가요?”

“김순애 환자? 엄마구나. 아직 못깨어 나셔서 지금 중환자실에 계신단다. 다른 가족은? 혼자 왔니?”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못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J는 그 자리에서 충격을 받고 아무말을 못한 채, 멍하니 간호사 얼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니? 아빠는 어디 계셔? 이리 와봐. 엄마 많이 보고 싶어서 왔구나.”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럼, 우리 엄마 어떻게 되는 건데요? 정말 못 깨어난 거에요? 언제 깨어나는 건데요? 네?네??”

그 자리에서 오열하며, 애꿎은 간호사에게 큰 소리를 내며 울고 만다.



멀리서, J아빠가 뛰어 온다.

“J야. 여길 어떻게.. 어떻게 온 거니? 오빠는? 오빠도 함께 왔어?”


“아빠!! 엄마가 아직.. 못….. 깨어..난거야?? 어?? 말해봐 아빠..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건데.. 말 좀 해봐. 아빠..”


“J야. 진정하고 아빠 말 잘 들어. 어? 엄마는 수술이 잘 되었고, 지금 깨어나는 데에 시간이 좀 필요한 거야. 모두 잘 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럼 엄마가 더 힘들어 하실거야.”


꺼억 꺼억 J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 절망적이었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아파왔다.

병원에만 오면 누워있지만, 점차 쾌차해 가는 엄마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엄마 얼굴을 보며, 그간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직 의식 불명 상태였던 거다.

도무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호섭은 J를 병원 안 푸드 코트로 데리고 갔다.

J가 평소 잘 먹는 돈까스와 우동이 담긴 트레이를 J앞에 가져다 놓았다.


“J야! 엄마는 꼭 깨어나실 거야.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 우리 J가 잘 먹고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어야 엄마도 힘을 내서 일어나지. 얼른 밥 먹자. 응?”


“…아빠! 사실은.. 엄마가 나땜에 이렇게 된 거야..앙…”


갑자기 또 울기 시작하는 J.

아빠에게만은 이 모든 사실을 말해야 할 것만 같다.


“내가 그 날, 엄마랑 약속만 잘 지켰어도.. 엄마가 이런 사고는 없었을거란 말야. 내가 정말 바보야. 미친 짓을 한 거라고..”



그 때 마침, 울리는 아빠의 핸드폰 벨소리.


“여보세요. 네. 맞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는) J야. 지금 중환자실 면회 가능하다는구나. 아빠랑 엄마 보러 가자.”


“정말? 엄마 볼 수 있는 거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J와 호섭은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엄마는 인공호흡기를 끼고 침대에 누워있다.

J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누워 있는 엄마의 손을 꼬옥 잡고, J는 흐느껴 울었다.


“엄마.. 엄마…..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 제발 깨어나. 엄마. 나를 봐서라도 얼른 깨어나. 엄마 없으면 난 못살아. 엄마..”

“J야. 그만 울어. 엄마가 다 듣고 있을 거야. 엄마는 꼭 깨어날 테니 그만해라.”

아빠도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면회시간 종료로 J와 호섭은 병원을 나왔고, J를 집에 데리고 왔다.




J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병실에 눈을 감은 채, 인공호흡기를 쓰고 누워있는 엄마가 눈앞에 선하다.


‘주님! 제발 엄마를 깨어나게 해주세요!. 엄마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앞으로 엄마 말 잘 듣는 아이로 자랄게요. 제발,, 제발 저의 기도를 들어주세요!’


J는 울다가 지쳐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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