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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햄님, 어디 계세요?

출간 기념 인터뷰

by 햄햄 Oct 23. 2017

햄햄이라는 이름이 독특합니다. 숨겨진 뜻이 있을 것만 같아요. 


햄햄은 제 이름을 축약한 별칭이에요. 처음에는 혜민 씨라고 부르던 회사 동료들이 친해지면서 햄띠라고 부르기도 하고 햄찌햄찌, 햄햄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이유가 별거 없죠? 하지만 저는 햄햄하고 동료들이 불러 줄 때마다 가까운 사이라고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아요. 독자분들도 저를 가깝고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의 영감을 어디서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이야기를 기획하게 된 시점은 3년 전 길가에서 강아지를 봤을 때였어요. 시골에서 키우는 믹스견이었고 가슴에 똥이 납작하게 붙어 있었고 꼬질꼬질했지만 사랑스러운 강아지였죠. 어떤 사람을 봐도 귀를 내리고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행복한 집 강아지였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강아지만큼이나 길가를 배회하는 강아지들도 많은 세상이죠. 주인을 찾아 길가를 헤매는 강아지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림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해요.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연습하는 시간도 상당했을 것 같아요


처음 몇 장을 그릴 때는 1~2일 정도 시간이 필요했어요. <주인님, 어디 계세요?> 가 연작으로 진행되면서 그림마다 작업 시간이 달라졌어요. 반나절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5일이 걸렸던 작업도 있었습니다. 중반부와 후반부로 넘어갔을 때는 자료를 찾거나 연출 방식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필요해졌어요. 그림마다 다르지만 배경이나 오브젝트가 있을 경우에는 보통 3~5일이 걸렸던 것 같아요. 콘티를 짤 때는 낱말카드처럼 주제에 어울리는 여러 장의 썸네일을 러프하게 나열하고 그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장면을 결정해서 진행했어요. 저도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공부가 됐어요. 



콘티 노트를 살짝 공개합니다.

편집회의를 거치면서 삭제된 그림이 있었죠? 


네. 후반부 그림 하나가 달라졌어요. <주인님, 어디 계세요?>는 강아지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강아지의 눈으로 본 풍경으로 담아내고 있어요. 가끔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본 강아지이기도 하고요. 저는 강아지의 감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어도 강아지의 마음을 전부 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삭제한 그림은 강아지의 내면을 너무 많이 설명하는 장면이라고 판단해서 수정을 거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 속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면?


<주인님, 어디 계세요?>를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 종종 비슷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따로 이름을 짓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냥 강아지라고 대답했었죠. 길거리에서 만나는 강아지를 볼 때 멍멍이구나, 강아지구나 정도로만 생각하지 이름이 궁금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귀여운 강아지였어요. <주인님, 어디 계세요?> 속 강아지도 그저 강아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독자분들이 이름을 궁금해하면서 정을 쏟아 주셨고 애달파하기도 하셨어요. 그래서 이름이 많이 생겼습니다. 댕댕이, 멍멍이, 하치, 시바 등등.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불러 주고 계세요. 저는 모든 이름이 다 좋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댕댕이가 기억에 남아요. 


강아지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 덕분에 <주인님, 어디 계세요?>가 더 빛났던 것 같아요. 자료 조사를 얼마나, 어떻게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자료 수집을 언제부터 했는지 찾아보니 새해 첫날인 1월 1일이네요. 뭔가 새해의 다짐이라던가, 큰 계획이 없었는데도 새해 첫날 시작한 게 저도 조금 신기해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SNS를 잘 몰랐어요. 그런 제가 SNS를 처음 접했을 때는 모든 게 신세계였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의 사랑스러운 사진을 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모으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약간 중독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강아지의 사진을 수집했던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1시간 정도 매일 자료를 찾았어요. 그렇게 모은 자료가 지금은 어느새 2,400장이 넘어가네요. 성인이 된 후로 스스로 오랫동안 무언가에 몰두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없어서 어쩌면 그다지 충실하지 못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가 고민한 적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주인님, 어디 계세요?>를 준비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가고 느낄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결말을 두고 고민이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가장 고민했던 점이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어요. 강아지의 시점에서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강아지가 어느 날 홀로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순간을 표현하고 싶다, 주인을 찾아 빗속을 걷고 구름 위로 떠다니는 열기구도 타고 우주를 유영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발상이었어요. 처음에는 약간의 위트를 담으려고 기획했었어요. 하지만 <주인님, 어디 계세요?>를 접한 독자분들의 반응이 제 예상과 사뭇 달랐어요. 가슴 아파하고 강아지가 처한 상황을 궁금해하고 신변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제가 그리는 <주인님, 어디 계세요?>가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강아지의 감정에 몰입되고 정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결말을 두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 생각했던 결말이 정말 최선인지, 작가로서 이 강아지에게 해 줄 수 있는 무엇인지, 또 스스로 어떤 이야기가 가장 하고 싶었는지 질문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이 고민했던 결말인 만큼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과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가 유기견을 다루었죠. 유기묘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해도 될까요? 후속작 소식을 알려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유기묘에 관한 작품을 구상해 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후속작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조금 더 준비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선명해지면 그때 독자분들에게 기쁘게 보여드리려 합니다. 세상에 유기된 것들에 속하는 모든 생명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내년 출간을 목표로 새로운 작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와는 사뭇 장르가 달라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것 같아요. 가제는 <춤춰, 시바>로 소심하지만 흥이 넘치는 시바견을 주인공으로 한 자전적 백수 에세이입니다. 20대를 회사 생활로 꽉꽉 채우면서 우여곡절도 고민도 많았던 저는 퇴사를 결심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제 또래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주인님, 어디 계세요?>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를 남겨주신다면?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많이 혼란스럽고 힘들었습니다. 제가 세상에 유기된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저 자신을 다독이고자 시작했던 작품이 <주인님, 어디 계세요?>어요. 관심과 애정으로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용기를 냈고 계속 작업할 수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이 용기를 내도 좋겠다고 지금은 감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독자분들과 나눌 수 있어 저는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작품을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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