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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지 않았던 것을 배웠습니다

2023.12.31 토로하다 제 14장

by 토로

배우고 싶지 않았던 것을 배웠습니다.

누군가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아도 그 누군가에게 곁눈질은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쉽게 미움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023년, 저에게는 미움받는 법을 배운 한 해입니다.

미움받는 힘들었던 순간만큼은 그 순간 자체를 저의 시간에서 과감히 떼어내고 싶었습니다. 떼어내는 것이 그 순간을 둘러싸고 있는 앞 뒤의 시간에 미운 상처를 입힌다고 한들 뭐든 상관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다는 것이 이렇게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왜, 다들 살다 보면 한 번쯤 남에 관한 험담 한 번쯤 스치듯 던지고 지나가지 않습니까. 그 말을 던지는 입장일 때는 몰랐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더욱 몸부림치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다시 잔잔한 강물이 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되려 다시 활기를 띄는 모습에 그들이 돌을 던질까 숨었고 피했습니다.


이 과정은 저에게 다른 몸부림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이 싫어 노력했던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 자체가 노력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타박하기도 하고 위로도 하며 버텨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음이 편한 상태는 당연히 아니지만, 훗날 사회에서 정신없을 저에게 하나의 배움이 된 것은 확실합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뻔한 말만큼 지키기 힘든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고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나를 던져놓아도 리스크는 결코 크지 않다는 것.

그리고 나를 생각해 주는 몇몇으로도 앞을 내딛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박하게 이야기하고 손 잡아줄 수 있는 그런 2024년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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