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토로하다 제 15장
2년쯤부터였던 것 같다. 정치, 사회, 경제 등 그래도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은 가져야 하지 않겠나 하는 조바심에 등 떠밀려 뉴스레터 서비스들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그게 나름 좋은 습관이 되어 지금까지 읽어오고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세시 활동을 하면서 주마다 글을 쓰는 덕분에 여러 글을 읽고 여러 생각을 접하며 글을 써 왔었다. 글에 어떤 내용을 담았든 간에 빈 화면에 채워지는 활자들은 나 돌아볼 시간을 주었다. 글 쓰기란 본인의 생각을 담아내는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문득 드는 생각과 고민의 답을 스스로에게 되물어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끝내, 기록할 수 있었을 때 드는 행복감은 흰 종이 위 검은색 잉크만큼 뚜렷했다.
모든 뉴스레터 서비스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건 바로 글의 마무리가 .이 아닌 ?로 끝이 난다. 글의 마무리 문장 부호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항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렇더래요"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어때요?" 하고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다. 종이 신문과 확연히 다르다. 정보 제공자와의 거리가 단숨에 가까워지는 느낌이고 나는 구독자이지만 마치 글쓴이와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글을 읽으며 고민도하고, 대답도 해가며 뉴스를 읽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정치, 사회, 경제 뉴스레터를 읽어도 주제에 대한 나만의 생각정리가 점차 되어가는 느낌이다.
오늘의 질문이 찾아왔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고, 자유롭게 답해주세요.
퀘스천퍼데이라는 뉴스레터 서비스에서 아침마다 나에게 묻는다.
하루 한 개의 질문. 뉴스 이외에 가볍게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최근에 구독해서 읽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독했는데, 결코 아니게 되어버렸다. 퀘스천퍼데이가 보내온 글을 누를 때마다 잠깐의 고민과 함께 글을 열람하게 된다. '잊을 수 없는 꿈을 꾼 적 있나요?, 요즘 좋아지기 시작한 일이 무엇인가요?'와 같은 그래도 긴 고민 없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다루기 힘든 감정이 있나요? , '자신의 삶을 얼마나 제어하고 있나요?'와 같이 순식간에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질문도 찾아온다.
사실은 지금까지 받아온 질문의 절반정도는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떠오르지 않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애써 찾아서 욱여넣는 느낌도 그리 좋지 않았다. 오로지 질문을 위한 하기 위한 답을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3 달이라는 시간 동안 질문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가벼운 질문일지라도 모든 질문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 대충 포장된 답을 내놓기는 싫었다. 이런 내 마음을 꿰뚫듯 퀘스천퍼데이의 에디터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항상 함께 보내준다.
결정적으로, 하룻밤이 지나면 전 날의 질문에 답을 적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하루 늦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글귀를 보고 다시 질문을 던져 답을 하곤 한다. 나의 주관은 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면 나름의 순기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엄청 깊게 빠져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툭 하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동시에 나는 모든 것을 어렵게만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점차 부담을 조금 덜고 가볍게 생각하는 법을 조금 익힐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퀘스천퍼데이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도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고민을 끊어내기도 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 강박에 항상 답답한 내가 잠깐이라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건 굉장한 경험이었다.
사실 글을 읽을 때뿐 아니라 친구들과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수많은 질문이 오간다. 질문의 방향이 '남'이 아닌 '나'로 향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군가가 어렵게 찾아낸 해법이나 이치를 질문 하나로 주워 담기보다 고개를 돌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가며 본인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귀찮고 힘든 것이 분명하다.
이기주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고민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결국 또 다른 질문과 고민을 낳을 거라고 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걸었던, 내가 걸어갈 길을 찾기 위해 오로지 내가 대답했고, 내가 대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할 것이다.
답을 위해 스스로를 강요하지 않고 목매지 않으며 담담하게 내 취향과 내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