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5 토로하다 제 16장
나의 세상은 강 혹은 폭포였다.
물의 흐름을 생각했을 때, 흐른다라는 단어의 특성에만 초점을 두었다. 흐름의 다양한 방향성이 아니라 오로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와 상류에서 하류로 가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물의 흐름만이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흐르다’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액체 따위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거나 넘쳐서 떨어지다’라고 뜻하긴 한다. 그렇지만 브런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는 국어사전과는 다른 흐름을 나누는 공간이니깐. 감히 어학정보와는 사뭇 다른 흐름에 올라타 보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흐름만이 물의 흐름이라고 생각했기에 필자의 세상은 폭포 혹은 강이었다. 강 중에서도 아주 빠르게 흐르는 상류의 강.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싶지 않아서 글도 쓰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지만 아직 멀었나 보다. 다른 흐름을, 그 흐름을 둘러싼 세상을 놓치고 말았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와 하류를 향해 빠르게 흘러가는 상류의 강.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며, 우리에게 끊임없는 발전을 요구하는 세상에 몸과 생각이 올라탔다.
빠르고 거칠지만 물의 흐름에 거스르기는 싫어 그 물살을 선택하려고 했으며 간혹 땅에 박혀있는 돌처럼
물의 흐름에 버티고 버텨 결국은 깎이고 마는 모습이 아프게만 보였다. 어쩌면 필자는 흐름에 따라가기 싫어 버티었더라도 큰 돌보다는 상처받아 떨어진 자갈이나 그보다 더 작은 모래알 같은 존재였을 것 같기도 하다.
솔직하게 토로하자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본래 꿈꿨던 신문기자는 접어두고 큐레이션이라는 분야를 선택해 대학에 진학했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훨씬 전부터 내 흐름을 스스로 정해버렸던 것 같다. 예전에 추억 가득한 것들을 사랑하면 발전이 없다고 말하는 강연이 왜 그렇게 인상 깊게 남았는지 알 것 같다.
최근에도 레트로한 감성을 추구하는 지금의 흐름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과 맞지 않게 왜 사람들은 과거의 것에 집착하는지 의문이었다. 물, 분명 세상은 하나인 반면 흐름은 너무 많은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세상도, 시간도 분명 앞으로만 흘러가는데 흐름을 거꾸로 올라가는 사람들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의문이 더 흐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물의 흐름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진 누군가의 글이 물음표의 고리를 떼어냈다. 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시야를 옅보는게 흥미로웠던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까지였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바다는 다른 흐름을 갖는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뉜다. 또한 일정한 흐름을 갖는 조각하나를 해류라고 한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 ‘우리의 세상은 자꾸만 하류로 흐르는 강물인가,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는 호수 혹은 어항의 물인가’를 고민했다면 글의 끝을 향하는 지금은 조금 다르다. 각자의 삶이 있듯, 각각의 흐름이 있기에 결국 바다라는 큰 세상 속 여러 흐름이 자유로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 흐름에는 결코 옳고 그름이 없으며 때로는 그 흐름들이 맡닿아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좋은 귀감이 된다. 혹시라도 나와 같이 흐름을 가두어 놓고, 그 흐름의 방향으로만 향하려고 했다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떤 물에서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