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 토로하다 제 17장
돌보다는 나무가 낫다.
아무리 크고 단단한 물이라도 비가 오면 틈이 생기니까.
아무리 작은 틈이라도 바위에 스며든 물은 큰 균열을 가져오니까. 물이 절대 스며들 수 없는 돌은 없으니까.
나무가 낫지?
당장은 기댈 수 있는 큰 나무는 아니더라도 내가 심을 나무는 물이 스며들기를 기다리거든. 비가 와서 흙과 엉키고 설켜도 흙탕물에 잠기더라도 그것대로 좋거든. 약해도 좀 봐주고 가끔 좋은 마음이 나면 흙을 조금 더 가져다가 부어보기도 하고 말이지.
그런 나무의 나중이 궁금해.
하우스에서 키우는 꽃은 아니더라도 작은 이끼와 들꽃이 주변에 모여들 것 같거든.
큰 나무가 될 때가 올 거야.
큰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드니까. 멀리서 그늘을 보고 어둡다고 생각하지 말자. 누군가를 위해 쉬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거니까.
그리고 계절이 지나
나뭇잎들을 떨궈내며 앙상해지는 나무를 보면서 너무 쓸쓸함을 느낄 필요는 없어. 또 다른 계절이 지나면 그 자리는 다른 생명력으로 가득 채워질 걸 알고 있잖아. 약해도 좀 봐주고, 가끔 좋은 마음이 나면 흙을 조금 더 가져다가 부어보자.
그런 나무가 될게.
사뭇 나무같이 줄곧 나무같이 내내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