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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의 마디는 마치 반지같아

2022.08.14 토로하다 제 3장

by 토로

동그란 고리 하나가 손가락 마디에 엮었다. 그 고리가 사랑을 엮을지, 우정을 엮을지, 아니면 미적 감각을 엮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그 고리에 사랑이 엮일지, 우정이 엮일지, 미적 감각이 엮여있는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반지를 손가락에 엮는다. 단순히 끼는 것이 아닌 ‘엮는 것’. 손가락과 반지 사이 수많은 뜻이 엮여 있기에, ‘낀다’라는 말로는 그 가치에 닿을 수 없다.


손바닥을 펼쳐 손가락을 바라보자.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노출이 많은 손에는 삶의 흔적이 그려져 있다. 바로 마디이다. 특히 손가락의 마디에 집중해보자. 에디터가 손가락의 마디를 보고 든 생각은 반지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여러 선이 엮이며 그리고 있는 형태에서 반지가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태생부터 반지를 가지고 태어나, 살아가며 또 다른 반지들이 손에 엮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반지들의 소재는 삶의 흔적, 상처 등 수 많은 순간들의 엮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을 뒤집어 손등을 바라보자. 에디터가 손바닥의 손가락을 먼저 바라봐 달라고 요청한 이유가 여기있다. 보이는 것에 따르면, 손등과 손바닥의 마디의 개수가 다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에디터의 손 등만 보일 뿐, 손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다. 사람과 만남을 가질 때 어떤 사람이던 눈에 먼저 비치는 것은 그 사람의 외면이다. 그 사람의 내면은 짧은 만남으로는 알기 힘들다. 우리가 아무리 외적으로 꾸미고, 강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도 우리 내면 한 구석에는 남들은 모르는 삶의 흔적과 상처가 남아있는 것이다.


반지를 끼면 손바닥 쪽 손가락 가장 하단의 마디가 감춰진다.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그 한 마디가 담긴 한 자국을 덮어준다. 한 마디가 바깥으로는 드러내기 싫은 흔적과 상처를 은근슬쩍 숨겨주는 듯 했다. 반지는 우리의 내면을 감싼다. 다치지 않도록 꼭 안아준다.


전하고 싶은 메세지까지 서론이 꽤 길었지만 결국 에디터가 바라본 반지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은 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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