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닥스훈트의 투병일지
슬픔, 비통함, 억울함….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투명하다. 한순간 몰아친 감정이 응축돼 순수한 결정체로 나온다. 감정이 흘러내릴 때 눈물도 흘러내린다. 마구 쏟고 난 후엔 콸콸 나오던 감정의 수도꼭지를 일시적으로 잠글 수 있다.
개에겐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매일 눈가에 묻어있는 축축한 눈곱 같은 눈물 말고, 짧고 굵은 눈물 한 방울을 말하는 것이다. 반려견에게서 처음으로 그런 눈물을 본다면 틀림없이 슬픔이란 감정을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안락사를 취소한 날. 자정을 넘기자마자 첫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유모차에 누워있는 탁구가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심장을 쥐었다 놓길 반복하는 것처럼 호흡이 갈수록 가팔라졌다. 그러더니 일순간 고개가 방석으로 고꾸라졌고 숨을 못 쉬겠다는 듯 고통스러워했다. 심장 발작이었다.
몇 초 사이 탁구의 몸이 새우처럼 안쪽으로 말려 굳어졌고 심장도 멈추는 듯했다. 갑작스러운 발작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급하게 탁구를 유모차에서 꺼내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처절하게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났다. 경직된 근육이 풀리자 미세한 호흡이 돌아왔다.
그것은 첫 번째 발작에 불과했다. 모두가 기대하는 편안한 죽음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행운일 뿐이었다. 저지 토드의 <반려견의 행동심리학>에 따르면 탁구가 보인 증상은 숨을 거두기 직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체 반응이었다.
먼저 고통스러운 호흡 증상을 보인다. 뇌에서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아 심장에 마비가 오면서 혈류에 이산화탄소가 쌓이고, 경동맥 수용체의 반사 작용이 일어나 가슴을 팽창하게 만든다. 이런 증상은 몇 분간 지속되기도 한다. 몸을 뻗으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하고 방광과 창자가 조절되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탁구는 지쳐 쓰러졌다. 호흡이 끄먹끄먹한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금방이라도 툭 꺼져버릴 것 같았다. 자세를 고쳐주려고 몸을 잡으면 입으로 힘없이 무는 시늉을 했다. ‘호흡하기 어려우니 내버려 두라’는 의미였다. 초점이 없는 탁구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며 편하게 가도 된다고 속삭였다.
해가 뜰 무렵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자세를 고치려고 목을 뒤로 젖히던 탁구의 몸이 기형적으로 굳어졌다. 저승사자가 머리채를 잡고 목을 꺾는 것처럼 순식간에 몸이 뒤틀렸다. 두 번째 심장 발작이었다. 탁구는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켜려고 했다. 고통스러운 상태를 방치할 수 없었다. 몸을 안아 들어 숨을 쉬도록 유도했다. 천장으로 돌아가 흰자만 보였던 동공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람은 반려견의 눈물에서 슬픔을 보지만, 그것은 사실 고통의 증거에 가깝다. 여러 학자들에 따르면 개에게 슬프다는 감정은 없다. 개의 눈물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탈한 몸의 이상 반응으로, 일시적으로 눈물샘이 느슨해져 눈물이 대량으로 분비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 후 몇 시간은 버티고 또 버티는 시간이었다. 진통제를 놓아줬지만 세 번째, 네 번째 심장 발작이 왔다.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한 후 탁구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맺혔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본 눈물이었다. 맑고 선명한 구슬이 깊은 마음속 저수지에 떨어져 슬픔으로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