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닥스훈트의 투병일지
연이은 심장발작 후 탁구는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항상 정면을 응시하던 동공이 천장을 향해 반쯤 뒤집혔고 흰 자가 드러났다. 파충류의 눈처럼 희끄무레한 막이 각막을 덮고 있는 것만 같았다. 수의사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마 몸의 근육이 모두 풀려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세상을 보는 유일한 통로가 닫혔다. 그럼에도 탁구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청각과 후각에 의존해 상황과 사물을 인지했다. 옅은 신음 소리로 “곁에 있어 달라”며 의사를 표현했고, 머리를 쓰다듬을 땐 온 힘을 다해 볏짚 같은 꼬리를 힘없이 흔들며 반겼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 탁구는 음식은커녕 수분조차 섭취하지 못했다. 입으로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도 모두 토해냈다. 위산이 역류해 입에선 시큼한 냄새가 났다. 광이 나던 송곳니가 위산으로 부식될 지경이었다. 탁구도 괴로운지 메마른 혀를 연신 날름거렸다.
꼬리 아래 항문에선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일주일째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것은 배변도 혈변도 아니라는 것을. 검은 액체는 멈출 줄 몰랐다.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처럼 한가득 흘러나왔다.
수의사는 “죽은 장기 조직들인데 피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썩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진작 숨을 거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력으로 버티는 탁구를 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차라리 정신을 잃고 혼수상태였다면 나았을까.
그로부터 이틀 후 탁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마지막 날 주사기로 유동식을 겨우 받아먹으며 목구멍으로 넘겼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잠을 청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모든 것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얼굴 근육이 찢길 것처럼 일그러졌고, 목에 핏대가 거머리처럼 올라왔다. 몇 번을 게워내도 계속 나왔다.
갈색 토사물이 축 늘어져있는 탁구의 얼굴을 적셨다. 물수건을 가져와 탁구의 얼굴을 닦으려는데 전과 같지 않음을,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여태 반쯤 걸쳐져있던 고동색 동공이 완전히 허공으로 돌아가 있었다. 갔구나. 이제 갔구나. 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