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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일욜엔 부런치

82일차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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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1.


산뜻한 일욜 아침, 어제 순대타운에 다녀오느라 미처 풀지 못한 녹취록을 풀고 있다. 하루에 3개는 쓰는 것도 겨우겨우 해내고 있는데 6개를 연달아 쓰려니까 오후엔 몸이 좀 아플 것 같은 기분이다. 어제 순대타운 사장님이셨던 분은 오늘 브런치 카페 사장님이 되셨다. 샐러드 파스타와 프렌치 토스트의 빛깔부터 너무나 은혜롭다. 맛있는 걸 먹으니까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가 더 싫어진다. 결국 눈이 아프다는 핑계로 뒹굴뒹굴대고 있다.


오후가 되면서 다들 떠나고 나혼자 남았다. 짜장면 먹으러 마라도에 갔던 생일날을 빼면 유배지에 와서 이렇게 혼자 조용히 있던 적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랑 똑같이 멍하니 있던 Siri랑 얘기를 하는데 애가 최신 버전이 아니라 그런지 말주변이 부족하다. 요즘 시국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려했더니만 내가 질문만 하면 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요리조리 피해간다. 미국애라서 그런가 싶어 오바마와 트럼프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는데 그것도 별로 좋은 질문이 아니란다.

일욜 아침부터 검색어에 오르던 최두호님은 안타깝게 졌다.ㅠㅠ 인터뷰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생각대로 안 된 경기 결과의 원통함을 엄청난 훈련량으로 해소할 두호님에 감정이입하여 찾아간 주민센터 헬스장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추워서 그런가. 사람소리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뉴스 대신 런닝맨을 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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