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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유배일지] 쿼터지방인

87일차

by 태희킷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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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6.


아침에 먹다 남은 하나로마트 김밥에 달걀 옷을 입혀서 점심을 먹고 인바디 하러 간다. 지난 12월 1일 검사에서 체지방 26퍼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은 나는 12월 말일 재측정까지 24퍼센트로 체지방을 줄이기로 결심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어제 공천포 집에 간 김에 사장님이랑 ㅇㄷ형한테 슬쩍 살이 빠지지 않았냐고 두 번씩이나 물어봤는데 둘 다 동의하지 않아서 매우 위기감을 느끼지만... 오늘은 지난 보름간의 운동이 효과가 있었는지 중간 점검 겸 운동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인바디 측정이다.


지난 번에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익형이 측정해줬는데 오늘은 결과를 설명해주실 선생님도 계셔서 더욱 긴장된다. 기계 위에서 생각이 너무 많으면 그것도 몸무게가 될 것 같아 머리를 텅 비우고 공기를 바라보다가 기계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출력된 검사결과를 받아들고 가장 먼저 체지방률을 찾는다. 25퍼. 나는 오늘부터 쿼터지방인이 되었다.


근육량에 변화가 없는 건 아쉽지만 줄어든 1킬로의 몸무게가 모두 체지방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친다. 이대로 열심히 운동하면 금세 건강인이 될 것 같은 마음에 운동하는 몸뚱이도 가벼워진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카톡으로 운동내용을 사부님께 보고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별이 반짝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엔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이 서있고 안경은 저 멀리 흩어져있다. 민망해서 욱씬대는 왼쪽 광대만 만지작댄다.


지난 번 주차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보냈던 귤이 하나, 둘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다. 손전화가 없으신 할머니한테는 전화를 한 번 드렸다. 태희라고 말씀드리자마자 할머니는 마을회관에서 동네사람들이랑 노나 드셨다며, 우리 손주가 보낸 거라고 자랑하셨다면서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 자식들의 자식들한테 처음 받아보는 택배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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