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일기] 호텔 청소

10월 21일 - 24일 (20만원)

by 태희킷이지

10월 21일 - 24일 (20만원)


평소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이른 시간에 우산을 들고 출근을 한다. 눈에 띄게 해가 짧아진 요즘같은 계절에 9시부터 4시까지라는 말은 결국 풀타임이랑 같은 말이지만... 20만원에 내 나흘을 팔았다.


객실수가 기준치인 30개에서 3개가 부족해 관광호텔도 아닌 이 애매한 곳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깔끔한 새 건물이다. 서귀포 야경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새연교가 내려다 보이는 오션뷰 객실도 소유했지만 모든 객실을 드나드는 나는 정작 빌어드실 오션뷰를 보기 위해 허리를 펼 시간도 없다. 체크인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청소를 끝내려면 어쩔 수 없단다. 점심시간 빼곤 따로 쉬는 시간도 없어서 젓가락에 힘을 주고 간짜장을 오랫동안 비볐다.


이틀째가 되니 침대시트와 베개피를 벗기며 슬쩍 창가를 보는 여유는 생겼다. 다만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와 베개피를 계속 만지다보면 손이 무척 건조해지는데 핸드크림을 바르자니 시트가 손에서 스르르 미끄러지는데다 베개피와 시트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만뒀다. 점심으론 뻐얼건 해장국에 뽀오얀 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노동의 참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오늘도 30분이 안 되어 끝이 나버렸다.


객실 청소를 하다보면 바삭함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치킨껍질이 발에 자주 밟힌다. 베란다 바닥엔 지난 밤까진 싱싱했을 회도 놓여있다. 음쓰를 만지는 것도 그렇게 유쾌하진 않지만 담배꽁초랑 생리대를 집어다 버릴 땐 자연스레 입이 '으'모양으로 바뀌는 것 같다. 아까 젠틀한 미소를 얹은 인사를 보내면서 체크아웃한 사람들이 방금 전까지 이 곳에 머물렀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객실 꼴을 보면 "이렇게 보면 세상에 깨끗한 사람은 없는 것 같지 않냐?" 라는 팀장님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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