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차
2016. 10. 1.
몸이 무거워서 조금만 뒤척여도 침대에서 삐그덕 소리가 너무 크게 난다. 여섯시를 살짝 넘긴 지금, 밖에는 비가 무진장 내린다. 한번쯤은 아침 일찍 올레길을 걷고 싶었는데 오늘도 못 걸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는 거라고 괜찮다고 셀프토닥토닥하면서 다시 잤다. 다시 일어나니 비가 서서히 얇아지다가 그쳤다. 어제 게스트들이 하나 둘 출발할 때 나도 가방을 들고 나왔다. 위인전 속 인물들을 보면 다들 유배지에 가서 평소에 안하던 공부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하던 게 생각나서 나도 서귀포시에 있는 도서관으로 갔다.
버스 타고 20분을 못 가서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은 큰 길에서 안보이게 골목에 조금 숨겨져 있었는데 그래서 뭔가 더 있어보였다. 열람실에는 교복입은 애들이 한 손에는 펜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손전화를 들고 열심히 공부하는 척을 하고 있다. 얼마전 리모델링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도서관이 무지 깔끔하고 약간 쓸데없이 귀엽다. 기대했던 것보다 책도 많았는데 특히 신간으로 한쪽 벽을 가득채운 책장을 보고는 오오 뭔가 내 도서관도 아닌데 뿌듯했다.
언젠가부터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이는 이마의 좁쌀여드름을 오른손으로 꾹꾹 누르면서 육지에서 읽다만 책을 읽고왔다. 남의 말이든 책이든 너무 끄덕끄덕하면서 잘 공감해서 큰일이다. 비판적 사고라는 걸 할 줄 모르나 보다. 다 그런가보다 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꽤 두께있는 책 4권을 들고 나왔다. 반납예정일까지 다 읽지 못할 느낌이 매우 강력하게 들지만 원래 도서관에서 책빌릴 땐 다들 이런 생각하면서 빌리는 거 아닌가.
9월의 하늘 투표를 올리고 어김없이 뒹굴댄다. 달리기를 하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콜라가 너무너무 마시고 싶어서 세 시간동안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비타민워터를 사마셨다. 많이 후회스러웠다. 다음부터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 3편부터 급격히 지루해지는 헝거게임을 끝까지 다보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