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차
2016. 10. 23.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차라리 알바하는 날 비가 와서 기분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불 각을 잡고 있는 지금 뒤늦게 출근하시는 아침 해를 보니 서럽다. 빳빳하게 다려진 면을 하도 만지다보니 손이 자꾸만 건조해진다. 어제부터 틈틈이 핸드크림을 발랐는데도 결국 엄지 손가락이 톡하고 갈라졌다. 오늘 자기 전에는 바셀린을 발라야겠다.
점심을 먹을만한 식당이 여전히 문을 열지 않아 오늘도 해장국을 먹으러 간다. 어제 갔던 집이랑은 뚝배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손님 수부터 다른 집이었다. 콩나물이 한 움큼 들어가 있어서인지 국물이 깔끔했고 달걀이 들어가 후루룩 넘길 땐 부드럽게도 느껴졌다. 오늘도 해장국이라는 사실에 얼굴이 살짝 굳었었지만 어제보다 나은 해장국 맛에 금세 행복해졌다.
치즈연육소시지로 나를 달래면서 털레털레 걷고잇다. 게하에는 단체와 연박게스트가 모두 떠나서 도미토리를 되찾았을 수 있었다. 며칠간 떠돌던 내 짐들을 정리하다 이제야 하늘을 봤는데 하늘 사진이 마땅치않다. 요새 비온다는 핑계로 이 동네에서만 각도만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더니 약간 지루해진다. 더 늦장을 부리다간 안 될 것 같아서 무작정 큰 길로 걸어간다. 길 건너 파티하는 게하는 오늘도 만실인듯 하다. 널찍한 거실에 젊음들이 모여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있는 걸 잠시동안 구경하다 왔다.
스탭 누나가 물뿌리개로 빙글빙글 내려준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밀린 일기를 쓴다. 와 오랜만에 술 안 마신 날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거에도 뿌듯해하는 내 자신이 우스워서 낄낄댄다. 아 근데 오늘도 해장국에 막걸리 마셨구나 ㄲ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