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차
2016. 10. 28.
점심은 라면이다. 스프를 두 개 다 탈탈 털어놓고나니 불안해진다. 황급히 파와 계란을 넣었다. 건강을 덜 해치는 맛이다. 다행이다.
아침청소를 끝내고 보름만에 병원에 다녀왔다. 요 며칠새 갑자기 증세가 심해져서 밤에도 자다깨서 손바닥을 긁고 앉아있어야 하는 게 괴롭다. 별 특별할 것 없는 대답을 들으려고 계속 병원에 가는 게 싫어서 먹는 약이나 왕창 달라고 했더니만 먹는 약은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고 바르는 약이나 잘 바르라고 혼났다.
어제 TV에 나온 떡볶이가 자꾸 머릿속을 떠다녀서 올레시장에 떡을 사러갔다. 한참을 들었다놨다 하다가 오메기떡도 한 팩 집어왔다. 서귀포까지 나온 김에 도서관에도 들러 책도 반납했다. 아까 집에서 나올 때부터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읽은 책 한 권을 안 가져와서 연체다. 빌어드실. 어차피 연체인데 괜히 도서관에 들러서 버스비만 더 나올 것 같아 궁시렁 대다가 아까 탔던 100번 버스를 탔다. 제주에서는 같은 번호 버스를 또 타도 환승이 된다. 환상적이다.
달리는 내 머리 위로 하늘이 열일한다. 구름이 층층이 쌓여있는데 하나같이 밀도 있고 또렷하게 모양이 잡혀있어서 참 이쁘다. 달리고 나서 숨도 고를 겸 사진기를 들고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걸었다. 비오는 날만 아니면 오늘의 하늘 사진을 고르는 게 괴로울만큼 이 동네 하늘은 항상 이쁜 것 같다.
다섯 시 반. 저녁 메뉴를 카톡으로 공지했다. 예비군 훈련에 갔던 스탭동생이 "뭐 사올까요?" 라고 묻길래 떡볶이에 넣어먹을 송로버섯을 사다달라고 했다. 답장은 안 왔다. 네이버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레시피대로 다시마 육수를 만든다. 알려준 그대로 따라했는데 맛도 색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육수에 양념을 때려넣고 휘젓는다. 설거지 늘어나는 건 생각도 못하고 냄비로 라면까지 따로 삶아 자작해진 떡볶이 국물에 퐁당 빠뜨렸다. 옆에서 보고있던 동생이 "형 간은 보셨어요?" 하길래 "간은 식탁에 앉아서 봅시다" 라고 했다.
식탁에서 간을 본 떡볶이는 조금 싱거웠지만 점심에 짜게 먹었으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까 음... 여전히 싱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