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란벽을 넘어서

사람 사는 세상

by 탁 진

층간소음...

저녁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싱싱한 굴 먹으라고 나를 부른다. 웬 굴? 윗층에서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거실에서 TV보던 아내가 언제 윗층에 갔다온 건지…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층간소음문제가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작년 이맘 때였을 게다. 그러고보니 일년이나 흘렀네… 마침 저녁에 혼자 집에 있었는데,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젊은 부부가 윗층에 새로 이사를 왔다며 떡을 건네주며 잘 부탁한다고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파트에 누가 이사를 오는지 이사를 가는지 그다지 관심들은 가지지 않는다. 이사떡이라고 잘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받아놓고 안 먹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어느새 주고 받는 이웃간의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그저 눈인사하는 정도의 관계면 족한 거 같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그 떡의 의미를 알게되었다. 쿵쾅거리며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울려오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천정에서 쏟아져내렸던 것이다.

초딩 저학년 머슴애가 둘이었다. 팔팔한 아이들이 어른처럼 조심조심 걸어다니지는 못할 것이고… 아이들 방이 딸의 방 바로 위였는지 밤늦게까지 딸은 소음에 신경을 썼다.

참다가 참다가 관리실로 연락하여 윗층 소음을 주의시켜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물론 윗층 어른도 아이들 주의 시켰겠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신나는 아이들이야 층간소음이 뭔지 알 턱이 있겠는가.

아내는 윗층 문에다 소음이 심하니 주의를 당부한다는 쪽지를 붙여보기도 했으나 별로 나아지는 거 같지도 않고… 한번은 우연히 주차장에서 윗층 아저씨와 아내가 층간소음문제를 이야기하다가 말다툼까지 하기도 했다. 자기 아이들은 별로 떠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 일이 있고난 뒤부터는 혹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어느날, 딸이 너무 시끄러워 관리실에다연락하여 조용히 시켜달라고 말했는데, 윗층 아줌마가 내려와 얼마나 소음이 들리길래 그러냐고 물었단다.

아이들 뛰는 진동에 전등불이 흔들흔들거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던 걸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윗층 아줌마는 아이들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걸 인정하고 올라갔다. 물론 여전히 조심은 하겠지만, 여전히 아이들 뛰는 소음은 간혹 울려왔다.

그렇게 그럭저럭 일년이 지나간 것이다. 서로 대면대면, 보고도 못 본척하면서 어색한 이웃으로… 그런데 아내가 오늘 저녁에 윗층에 다녀왔단다. 또 아이들 떠드는 소음이 심해서였을 게다.

윗층 아줌마와는 출퇴근 시간이 달라서인지 지금까지 한번도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어쩌다 스치기는 했겠지만 이미 감정이 상했던 터라 그다지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마음먹고 윗집을 방문한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튼 조곤조곤 대화를 했을 게다. 윗층 부부가 시내에서 애견사를 한다는 사실도 알아왔다.

아내가 돌아오고나서 한 시간쯤 뒤에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나서 나 보고 싱싱한 굴 먹으라고 불렀던 것이다. 윗층에서 가져왔다며…

층간소음문제를 해결하려는 층간대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나 보다…^^ 단 한번의 진지한 대화로 인해 소통이 된 것이다.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이야기하고 양보하며 이해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럴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우리는 상대방이 먼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층간소음 때문에 관리실에서 자주 방송을 한다. 비단 우리와 윗집 문제만은 아니다. 어쩌랴, 아파트를 이미 그렇게 지어놓은 것을…

층간소음을 막으려 더 두터운 벽을 만들지 말고,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내일이라도 혹여 윗층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어색한 미소와 이웃간의 부드러운 눈인사는 오고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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