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뜻밖에 찾아온 손님...
봄날, 뜻밖에 찾아온 손님...
얼마 전에 심었던 채송화 화분에 싹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드디어 싹이 나기는 났다. 그런데, 두 줄기 싹이 올라오기는 했는데, 화분의 가장자리에 가느다랗게 돋아 오르고 있는 게 아닌가? 왜 하필 이렇게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을까? 좋은 자리 많은데 말이다...
그래도 며칠 동안 기다리던 싹이 드디어 났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나 흙이 마르지나 않았는지, 햇볕이 잘 드는지 신경을 좀 썼다.
싹은 두 장의 떡잎을 펴 들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화분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다른 곳에서도 싹이 나지나 않았을까...
화분 귀퉁이의 두 줄기 싹만이 날이 갈수록 키가 자랐고, 서서히 싹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놈은 채송화가 아니었다. 흔히 들판에서 볼 법한 이름 모를 풀 그것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기다리는 채송화 싹이 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드디어 다른 곳에서 조그만 이파리가 생겨났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내가 알고 있는 채송화의 이파리와 다르게 생긴 넙적한 모양의 이파리가 돋아나고 있었다. 두 줄기
다...
이건 채송화가 아닌데... 어디서 날아온 씨앗일까? 무슨 풀일까? 심어놓은 채송화 씨앗은 싹이 나질 않고 엉뚱한 풀들만이 열심히 내가 준 물을 받아먹고 싹이 났다니... 한 마디로 이건 잡초였다. 그래서 그놈은 화분의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나 보다. 차마 화분의 주인행세를 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염치는 있는 풀이었다. 제 주제는 알고 있나 보다.
나는 갈등했다. 뽑아 버릴까? 아니면 어떤 놈인지 더 두고 볼까? 그냥 뽑아 버리기에는 화분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화분이 되어 쓸모없는 존재가 될 것 같아서... 너무 쓸쓸할 것도 같고...
설사 그것이 잡초라 해도 생명이 있는 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나의 화분에 찾아와 자리를 잡고 본의 아니게 내가 준 물을 먹고 자라는 풀...
나는 그 이름 모를 풀이 스스로 나의 화분을 떠날 때까지 돌봐 주기로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그 풀은 내게 찾아온 손님이기 때문이다...
그 풀이 앞으로 어떻게 자랄지 궁금해진다. 과연 어떤 놈일까?
그리고, 지금 나는 또 하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서문시장에서 사 온 히야신스 알뿌리를 플라스틱 컵에 물을 담아 올려두었다.
매년 봄이 되면 나는 향기로운 봄 향기를 즐기기 위해 히야신스 알뿌리를 사다가 수경재배를 한다. 단돈 3000원이면 새파랗게 촉이 올라온 양파같이 생긴 알뿌리를 살 수 있다. 봄 한철, 예쁜 꽃들이 피어나 나의 봄을 내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작년 봄에는 노점 상인의 삐뚤어진 마음에 속아 꽃을 보지 못했기에, 올해는 제대로 확인하고 사 왔다. 편의점 커피용기를 재활용해서 물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꽃이 피기를 기다려야 한다... 어떤 빛깔의 꽃이 피어날 것인지...
꽃향기로 가득 찰 봄날을 기다리며... 괜스레 마음이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