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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Apr 08. 2022

[동화]  몽이를 모르시나요?

거리에서... 


                     몽이를 모르시나요? 



  으슬으슬 몸이 떨려왔다. 걸치고 있는 옷도 비에 축축이 젖어 춥고 무거웠다.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다. 몽이는 어두운 골목 저쪽으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누나를 발견하고는 달려갔다. 하지만, 몽이의 눈에는 실망으로 가득 차 버렸다. 


  누나가 아니었다. 뒷모습은 비슷했지만 그 누나는 몽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몽이는 비가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울었다.


  눈을 떴다. 어느새 밖은 밝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자동차 바퀴가 고인 빗물을 치익 칙 하며 차고 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 사람들의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았다. 


  몽이는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단지 비를 피할 수 있는 벽의 한쪽 구석에서 잠이 들었다. 비에 흠뻑 젖은 옷 때문에 춥고 몸이 무거웠다.  몽이는 흐르는 빗물을 마셨다. 배도 고팠지만 먹을 것이 없었다. 분명 누나가 나를 찾고 있을 텐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몽이는 많이 지쳐 힘이 없었다. 세상은 온통 비로 잔뜩 젖어 있었다. 몽이는 비가 조금 그치는 것을 보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거리에는 우산을 쓰고 가는 몇몇 사람들만 보일 뿐 아무리 둘러봐도 누나나 형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비를 맞고 다녔을까, 갑자기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몽이는 귀를 세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찾았다. 그리고 힘을 내어 달려갔다. 


  골목을 돌아서자 어느 집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철대문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누나! 나 몽이야. 빨리 나와. 나 왔어!"


  한참을 대문 앞에서 불러보았지만, 누나는 나타나지 않았다. 집 앞을 지나가는 차바퀴에 튄 물벼락을 맞으면서도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더 이상 짖을 힘도 없어 낑낑 거리며 주저앉았을 때,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멈추었다. 몽이는 대문을 바라보며 누나가 나오지나 않을까 기대하며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삐걱하며 열렸다. 그리고 얼굴 하나가 열린 문 틈 사이로 나타났다. 어린 소녀였다. 머리카락은 누나처럼 길어 보였지만 누나는 아니었다.


  "어머! 길을 잃어버렸나 봐. 비에 홀딱 젖어 버렸네. 에구, 불쌍해라. 쯧쯧, 이리 와."


  소녀는 몽이를 향해 손짓을 했지만 실망에 빠진 몽이는 뒷걸음질 치며 골목 밖으로 뛰어가 버렸다.


  며칠이 지나갔다. 비는 그쳤고, 날씨는 다시 더워져 가고 있었다.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며 몽이는 여전히 누나를 찾아 헤매었다. 


  어느 식당 앞을 지날 때 내놓은 쓰레기 봉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식당 안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냄새 때문에 속이 쓰린 것 같았다. 쓰레기 봉지에서도 음식 냄새가 났다. 


  몽이는 먹을 것이 있나 싶어 봉지를 툭툭 건드려 보았다. 봉지의 주둥이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을 들여다보는데, 찍찍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시커먼 것이 튀어나와 쏜살같이 달려갔다. 화들짝 놀란 몽이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꼬리를 길게 끌며 도망가는 것이 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쥐 때문에 놀란 몽이는 몇 걸음 물러났다가 슬금슬금 다시 쓰레기 봉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봉지로 다가가는 순간 이번에는 식당 문이 드르륵 열리며 뚱뚱한 아줌마의 벼락같은 소리에 놀라 다시 도망을 가야만 했다.


  "아니, 이놈의 강아지 새끼가! 어디 쓰레기 봉지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거야. 쯧쯧, 누가 버렸는지... 이쁘다고 키울 때는 언제고, 키우기 싫증 나면 아무 데나 갖다 버려 어쩌자는 거야... 에이! 요즘 저런 버려진 개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네..."


  잡으러 오지 못할 만큼 멀리 도망 왔을 때 몽이는 뒤를 돌아보며 멍멍하고 몇 번을 짖었다.


  "난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버려진 개가 아니라 그냥 집을 잃어버린 거예요. 분명히 우리 누나와 형아는 나를 찾고 있을 거란 말이에요..."


  몽이는 주먹을 들고 달려올 것 같은 식당 아줌마의 무서운 모습을 보고 다시 쏜살같이 다라 났다.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몽이의 눈에 놀이터가 보였다. 누나 또래의 아이들이 미끄럼틀이며, 그네를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몽이는 놀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기웃거리며 누나와 형아의 얼굴을 찾아보았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 힘이 쭉 빠진 몽이는 놀이터 한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줌마랑, 누나랑, 형아와 함께 놀이터에도 놀러 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줌마와 형아는 배드민턴을 치고 누나와 몽이랑은 미끄럼도 타고 달리기도 하고 놀았다. 


  누나가 보고 싶었다. 몽이가 이렇게 배고파하는 것을 알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비에 젖어 축축했던 옷은 말라 있었지만 쭈글쭈글하고 더러웠다. 털도 엉망으로 흙과 먼지가 묻어 지저분해져 있었다. 


  놀이터에서 놀던 몇몇 아이들이 몽이를 발견하고는 몽이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야아~, 저것 봐라. 강아지다."


  "병든 강아지가 아닌가 몰라. 곧 죽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몽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몽이에게 던졌다. 다른 아이들도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하려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는 몽이를 재미있어하며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몽이는 화가 나서 멍멍 짖어 대었지만 주춤 물러서던 아이들은 조금 떨어져 다시 돌멩이를 던졌다. 


  돌멩이 하나가 다리를 때렸다.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깨갱!" 하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몽이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잡아라 하며 우르르 몽이를 따라 달려왔다. 몽이는 힘을 다해 한참을 달려서야 아이들로부터 벗어났다. 숨도 찼다. 고픈 배는 더욱 고파왔다.


  몽이는 숨을 헐떡거리며 골목길로 들어섰다. 심술궂은 아이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몽이는 터벅터벅 걸어가며 혹시라도 길에 먹을 것이 떨어져 있지나 않은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다. 몽이는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골목 끝에 무언가 놓여 있었다. 분명 먹을 것이었다. 몽이는 먹이를 찾은 기쁨에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갔다. 


  "안돼! 가까이 가면 안돼!"


  몽이는 누군가 등 뒤에서 외치는 소리에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니 쓰레기통 뒤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고개만 내밀고 몽이를 보고 있었다.


  "어서 달아나! 위험해!" 


  강아지는 몽이에게 다시 한번 소리쳤다. 몽이는 의아한 눈으로 강아지를 쳐다보았다.  그때, 후다닥 하며 사람들이 몽이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 두 명이 그물을 들고 몽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몽이는 골목 반대편으로 죽어라 달렸다. 굶어서 힘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잡히면 안 될 것 같았다. 몽이는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차들이 달리고 있는 도로에 뛰어들었다. 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몽이의 옆을 스쳐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몽이는 간신히 도로를 벗어나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더 이상 그물을 든 무서운 아저씨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몽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언제 따라왔는지 쓰레기통 뒤에서 몽이를 구해준 강아지가 눈앞에 서 있었다. 강아지는 몽이 못지않게 더러웠다. 한쪽 눈은 다쳤는지 반쯤 감겨 있었다.


  "그 사람들은 우리 같은 떠돌이 개를 잡으러 다니는 동물보호협회에서 나왔지. 이미 잡혀간 내 친구들은 벌써 저 세상으로 갔어. 동물보호협회에서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개는 안락사를 시키거든. 너, 안락사가 뭔지 아니? 주인에게 버려져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이나 뒤지며 더럽고 힘들게 사는 우리들을 아주 편안하게 살라며 저 세상으로 보내주는 거야. 한 마디로 죽여주는 거지... 그게 차라리 고생하면서 사는 것 보다야 낫다는 거지. 나도 그들이 던져준 미끼에 걸려 잡혔다가 겨우 탈출을 했지. 길에 먹음직한 먹이가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해... 사람들은 아주 나빠. 내 눈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사람들 때문이야. 사람들을 믿으면 안 돼. 그럼, 잘 가라..."


  외눈박이 강아지는 몽이를 남겨두고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몽이는 하마터면 잡혀가서 죽을 뻔했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몽이는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해가 지는지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몽이는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누나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며 길을 걸었다.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 찼다.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배고픈 소리가 들려왔다. 길거리에는 몽이가 먹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몽이는 길 건너편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웬 어린아이가 제 엄마의 치맛 자락을 붙들고 떼를 쓰고 있었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길가에 늘어놓고 파는 장난감을 가리키며 울고 있었다. 


  몽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려다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는 누나의 모습을 얼핏 본 것 같았다. 누나는 이리저리 길거리를 살피며 지하철 입구 계단으로 내려갔다. 몽이는 뿌옇게 흐렸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 같았다.


  몽이는 멍멍 짖으며 차도에 뛰어들었다. 막 출발하려는 택시가 갑자기 뛰어든 몽이를 보고 급정거를 했다. 다른 차들도 빵빵거리며 몽이 앞에서 멈추었다. 몽이는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다. 택시 기사가 고개를 내밀고 차 앞에서 놀라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몽이를 향해 고함을 쳤다. 


  몽이는 다시 정신을 차려 얼른 도로를 가로질러 달렸다. 몽이 눈앞으로 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몽이는 놀라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잠깐 동안 뜀박질을 멈추었다가 다시 차를 피해 달렸다. 겨우 도로를 건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지하철 입구로 달려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가파른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몽이는 발을 헛디뎌 그만 계단 아래로 뒹굴고 말았다. 


  "깨갱 깽!" 


  계단을 내려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강아지가 계단 끝에서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몽이는 다리에 통증을 느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절뚝거리면서 다시 지하도를 달려갔다. 


  지하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몽이는 누나를 찾기 위해 온 지하도를 헤매고 다녔지만 어디에도 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열차는 많은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또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몽이는 떠나가는 열차를 멍하니 바라보며 누나의 다정한 얼굴을 떠올렸다. 


  몽이가 힘없이 터벅터벅 지하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귀퉁이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지하도의 구석진 곳에서 어린 아기가 몽이를 보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까꿍, 까꿍."


  어린 아기는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몽이는 천천히 아기에게로 다가갔다. 아기의 옆에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아주머니가 신문지를 깔고 잠을 자고 있었다. 


  몽이가 아기에게 다가가자 아기는 손을 내밀어 몽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좋아했다. 몽이도 아기의 손등을 핥아주었다. 아기는 손에 쥐고 있는 과자를 몽이에게 내밀었다.


  "까까..." 


  몽이는 아기가 내민 과자를 받아먹었다. 아기는 몽이가 과자를 먹는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치며 좋아라 했다. 


  아기가 웃는 소리에 잠이 깼는지 누워있던 아주머니가 몸을 움직였다. 몽이는 얼른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기는 몽이가 도망가는 줄 알고 몽이에게 엉금엉금 기어 왔다. 그러나 아기는 두 걸음도 못 움직이고 말았다. 


  그제야, 몽이는 아기의 한쪽 발이 끈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다. 끈의 다른 한쪽은 누워있는 아주머니의 손목에 묶여 있었다. 아기는 더 이상 몽이에게로 다가오지 못하고 버둥거리고만 있었다. 아기의 몸부림에 누워있던 아주머니가 잠이 덜 깬 얼굴로 부스스 일어나 몽이를 쳐다보고는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웬 강아지야? 저리 가지 못해?"


  몽이는 몸을 돌려 지하도를 달려갔다. 등 뒤에서 아기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몽이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다보았다. 아기는 도망가는 몽이에게 손짓하며 울고 있었다. 


  며칠 뒤, 몽이는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골목길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적이고 있는 외눈박이 강아지를 만났다.      


  "오랜만이구나. 아직도 너희 주인을 찾지 못했니?" 


  몽이는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마도 너희 주인은 너를 잊어버렸을 거야. 아마 다른 강아지를 샀을지도 몰라. 사람들은 다 그렇거든... 잃어버린 강아지 따위야 상관없거든. 다시 사면되니까..."


  몽이는 외눈박이를 노려보고 소리쳤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외눈박이는 코웃음을  치고는 다른 골목으로 가버렸다.  


  몽이는 외눈박이가 뒤지다 만 쓰레기봉투를 뒤적였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지를 못해 허기가 져 힘이 하나도 없었다.  쓰레기봉투 안에는 먹을 게 보이지 않았다. 몽이가 다른 봉투를 물어뜯고 있는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왕왕! 어서 도망가!"


  좀 전에 다른 골목으로 갔던 외눈박이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달려오고 있었다. 외눈박이의 뒤에서는 그물을 든 동물보호협회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몽이도 놀라 외눈박이를 따라 도망갔다. 


  동물보호협회 사람들은 끈질기게 따라왔다. 큰길로 나온 몽이는 차들이 달리는 도로로 뛰어들었다. 마침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차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갈 수 있었다. 몽이를 뒤쫓던 사람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고 다시 골목으로 도망간 외눈박이를 따라갔다. 


  몽이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재빨리 지하도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하도의 어두컴컴한 구석을 찾아들어가 몸을 낮추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몽이는 잠에서 깼다. 밤이 깊었는지 지하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몽이는 지하도 계단을 올라왔지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 나갈 수가 없었다. 몽이는 비가 내리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나를 생각했다. 정말로 몽이를 잊어버렸을까? 외눈박이의 말대로 다른 강아지를 샀을까? 몽이는 그럴 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 뭐 하니? 비 맞으면 몸에 해롭다. 내려와라..."


  언제 왔는지 계단 아래쪽에서 외눈박이가 몽이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몽이와 외눈박이는 지하도 구석으로 찾아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몽이는 목이 말라 물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을 찾았다. 아침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지하도에는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몽이는 외눈박이와 함께 물소리가 들리는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몽이는 멀리 사람들 사이에서 울고 있는 어린 아기를 보았다. 지난번 몽이에게 과자를 준 아기였다. 제 엄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아기는 혼자서 울며 지하도를 걷고 있었다. 몽이는 아기에게로 달려갔다. 외눈박이도 갑자기 달려가는 몽이를 보다가 뒤를 따라갔다.


  아기의 발에는 지난번처럼 끈이 길게 매달려 있었다. 몽이를 본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치고 금세 생글거리며 웃었다. 몽이는 아기 앞에서 꼬리를 치며 주변을 돌았다. 아기는 재미있다는 듯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야! 그만 가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외눈박이가 한심하다는 듯 한 마디 했다. 


  몽이는 아기가 제 엄마를 잃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기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아기가 따라오도록 했다. 아기는 몽이의 뜻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따라오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매캐한 냄새가 났다. 코가 예민한 몽이는 금세 그것이 연기란 걸 알았다. 무언가 타는 냄새이기도 했다. 아기도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지하도를 걷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지하도 안에는 어느새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찼다. '애앵~'하는 사이렌 소리도 울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코를 막고 이리저리 달려갔다. 


  "어서 가! 큰일이 났나 봐!"


  외눈박이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몽이는 아기를 돌아다보았다. 아기는 연기가 매운지 눈을 비비며 울고 있었다. 앞서 달려가던 외눈박이가 몽이를 돌아보며 다시 외쳤다.


  "뭐 하고 있어? 빨리 안 가고? 컥컥!"


  몽이는 울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기를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기의 바지를 물고 어서 일어나라며 당겨보았지만 아기는 계속 울기만 할 뿐이었다. 지하도에는 점점 검은 연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몽이의 눈에도 연기 때문에 눈물이 났다.  울고 있던 아기는 바닥에 쓰러지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몽이는 아기의 발에 묶여 있는 끈을 이빨로 물고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아기는 조금씩 끌려왔다.


  "컥컥! 뭘 하는 거야? 너도 죽고 말 거야. 버려두고 어서 빠져나가야 해!"


  외눈박이는 몽이에게 소리치다가 안 되겠는지 몽이와 아기를 남겨두고 달려가 버렸다. 몽이는 끈을 물고 필사적으로 끌어당기고 있었지만 지하도는 너무나 길었다. 몽이도 점점 눈앞이 흐려왔다. 숨도 쉬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끝내 아기의 발에 묶인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눈을 더 이상 뜰 수가 없었다. 몽이도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지하도에는 시커먼 연기들로 뒤덥히고 있었다. 


  "웬 아기가 여기 쓰러져 있네! 어서 데리고 나가자!"


  누군가의 손이 쓰러져 있는 아기를 들어 올렸다. 아기의 발에 묶여 있는 끈이 팽팽해지면서 몽이의 머리도 들렸다. 


  "이 강아지는 또 뭐야? 끈을 물고 죽어버렸나? 안 되겠다, 함께 데리고 가자!"


  아기와 몽이를 안고 달리던 두 사람은 지하도 끝에서 쓰러져 있는 외눈박이를 보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고 지하도를 빠져나갔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몽이는 소년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털이 듬성듬성 빠지고, 입가의 수염은 희끗희끗해서 이제 몽이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흙이 묻었거나 지저분하지는 않았다. 어딜 보아도 주인 없는 개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다 왔다. 어서 가자."


  소년과 몽이는 지하도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도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소년은 지하도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두리번두리번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몽이도 누구를 찾는지 지나는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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