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
퇴근하는 아내의 얼굴이 뭔가 근심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요즘 아내가 하는 일이 잘 안 되어서 그러는가? 경기가 별로 좋지 않으니 뭐 잘 되는 일이 있겠나...
"매일 밥 먹으러 오던 녀석이 이틀째 오질 않네... 혹시 사고라도 난 거 아닌가 몰라..."
아내는 마치 자식걱정이라도 하는 듯이 기운없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배가 불러서 안 오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던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길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무슨 별 걱정을 다하고 말이야...
얼마 전부터 아내는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에 대해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어느날 점심 무렵에 아내가 일하는 가게 문 앞에 때에 찌들은 길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어슬렁거렸다고 한다.
그다지 예쁜 얼굴도 아니고, 오랫동안 못 씻어서인지 털도 푸석하게 빛바랜 모습으로 먹이를 찾는지 가로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문득 투명출입문을 내다보던 아내의 눈에 들어온 가여운 새끼고양이...
그 길고양이의 처량한 모습이 아내의 착한 심성의 어느 한 부분을 건드렸는지 몰라도 자기가 먹으려고 가져갔던 빵 한 조각을 들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갔다.
하지만, 길거리에 사는 길고양이에게 갑작스런 친절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으니...
빵 조각을 든 아내의 손을 내밀기도 전에, 아니, 근처에 가기도 전에 길고양이는 후다닥 달아나 버렸다고 한다.
아내는 사라진 고양이가 혹시라도 다시 돌아올까 싶어 가로수 밑에 가져간 빵 조각을 놓아두었다.
저녁에 퇴근할 때 다시 가보니 여전히 빵 조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다음날 점심무렵에 그 길고양이가 다시 나타나 가게 앞을 어슬렁거렸다. 아내는 밖을 내다보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다.
"고양이야, 또 왔네! 자, 이거 먹으렴... 괜찮아..."
아내는 멀리서 빵을 든 손만 내밀며 말했다.
주춤 몸을 뒤로 빼던 고양이가 손에 든 빵을 보았는지 전날처럼 도망가지는 않았다.
"이리 와. 이거 먹자. 배고프지?"
아내는 조심스레 가로수 아래에 빵을 놓아두고 가게 앞으로 돌아와 고양이가 먹기를 기다렸다.
고양이는 아내와 빵을 번갈아보면서 슬금슬금 빵이 놓인 가로수 아래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빵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다음날, 아내는 가여운 고양이를 위해 마트에 가서 싸지도 않은 고양이먹이를 사들고 출근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그날 낮에 고양이와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오늘은 고양이가 밥을 다 먹고 가계문 앞까지 와서 안을 들여다 보고 갔어... 내게 고맙다는 인사라 도하고 가는 거 같았어..."
아내는 얼마 뒤 고양이 장난감이라며 파리채 비슷하게 생긴 걸 하나 사들고 들어왔다.
"뭔 길고양이에게 장난감까지 사주고 그러냐?"
"텔레비전 보니까 이런 거 가지고 고양이하고 장난치며 놀더라. 내일 나도 그녀석하고 놀아줘야지..."
아내는 만난지 며칠 밖에 되지도 않은 길고양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불쌍한 남편이나 좀 챙겨주지...쯧쯧쯧...
요즘 어딜 가나 거리를 떠도는 개나 고양이들이 많다. 주인에게 버려졌던지, 마음에 안 드는 주인을 버리고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찾아 나섰는지도 모르지. ^^
종일 먹이를 찾으러 쓰레기봉투를 뒤적이며 살아가는 부랑동물들...
가끔 TV에서 거리의 동물들 이야기를 볼 때면 참 가씀 찡할 때도 많다. 사람 살기도 힘들지만 동물들도 살기 힘든 세상이다.
거리를 떠돌다 차에 치이거나 자신보다 더 힘센 놈에게 당하거나 기아에 허덕이다 어느 담벼락 구석에서 외로이 죽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재수좋게 동물보호단체에 잡혀가면 치료를 받고 몸을 깨끗이 씻고어느 마음씨 좋은 새 주인을 만나는 행운을 가지기도 하지만, 재수없으면 밥만 축내는 존재라며 말 그대로 개죽음, 고양이죽음을 당하기도 하니......
한동안 퇴근만 하면 즐겁게 고양이 이야기를 해주던 아내가 걱정스런 얼굴로 돌아왔다.
"오늘도 고양이가 오지 않았어...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혹시 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 아니면, 큰 놈들에게 물려 죽은 건 아닐까?"
아내는 매일같이 자기를 찾아와 먹이를 얻어먹고 가는 고양이가 자신이 하는 일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고양이가 며칠째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아내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정말 그 길고양이는 어딜 갔을까? 더 좋은 먹이를 주는 곳을 찾아갔을까? 길을 헤매고 다니다 너무 멀리 가서 다시 찾아오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사고라도 났을까?
회자정리...
그러기에는 너무 짧은 인연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아내와 길고양이의 만남은 잠시 마음을 준 사이...
이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수없이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게 된다. 스치는 바람처럼 인연은 오늘 나의 하루에도 되돌아 생각해보면 분명히 있다.
단지 거기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인연이 되기도 하고 사소한, 기억에도 남지 않는 어느 한 순간이 되고 만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아내는 지금도 가끔 그 길고양이를 이야기 한다.
그다지 길지도 않았지만, 아내는 그 고양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었기에 어느 가슴 한 구석에는 귀여운 길고양이 한 마리가 오롯이 앉아서 여전히 자기를 바라보고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