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의무로 사는 삶은 그래도 잘 사는 걸까

by 테디

삶을 설명하는 단어가
바뀌었다.

행복 대신
안정,
만족 대신
유지.

그리고 그 사이에
의무라는 말이
자리를 잡았다.

의무로 사는 삶은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누가 박수를 쳐주지도 않고
스스로 자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 삶은
분명히 많은 것을
지탱하고 있다.

아이의 하루를,
관계의 균형을,
가정의 형태를,
그리고
무너지지 않은 오늘을.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의무로 사는 건
자기 자신을 버리는 거라고.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무로 사는 삶이
늘 도망이거나 체념이라면
이 세상은
이미 훨씬 더 쉽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의무는
사랑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되는 것에 가깝다.

그 버팀목 위에서
사람들은
하루를 또 살아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은
자주 뒤로 밀린다.

하고 싶은 말,
떠나고 싶은 마음,
그만두고 싶은 욕망.

그것들은
의무 앞에서
항상 두 번째가 된다.

그래서 의무로 사는 삶에는
종종
공허가 따라온다.

다 잘 해내고 있는데
이상하게
나만 빠져 있는 느낌.

나는 가끔
그 공허가
틀렸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너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인지 헷갈린다.

의무로 사는 삶이
잘 사는 삶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대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마음보다
타인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한 사람들.

그 선택이
언젠가는
후회로 남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오늘을
지켜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의무로 사는 삶을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 한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결심들이 너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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