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엔 이미 몇 명이 앉아 있었다.
프로젝터 불빛이 하얗게 벽에 퍼졌고,
그 위로 사람들의 표정이 흐릿하게 떠다녔다.
누군가는 메모를 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내 노트 가장자리만 매만졌다.
“이건 지난주에 정리된 줄 알았는데요?”
팀장의 말에 공기가 묘하게 얼어붙었다.
누구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한숨이 작게 새어나왔다.
그가 멀찍이 앉아 있다가
나를 살짝 바라보았다.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너 괜찮아?’
나는 작은 움직임 하나 없이
펜만 돌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들 예민하세요, 그냥 일이잖아요.”
그 한마디가
오늘 가장 아픈 문장이 되었다.
그 ‘그냥’이라는 말에
내가 밤새 붙잡았던 시간들이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회의가 끝난 후,
나는 말없이 자리를 정리했다.
그가 다가와 메신저를 보냈다.
[그냥 일이라는 말,
왜 이렇게 서운한지 모르겠어.]
나는 짧게 답했다.
[그냥 일이면, 이렇게까지 안 힘들 텐데.]
우리는 그렇게 대화했다.
누구도 크게 소리 내지 않았지만,
마음은 그 안에서 천천히 울리고 있었다.
“그냥이라는 말에 가려진 수많은 마음.
그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너무 조용히 무
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