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12분.
문서가 쌓여 있고, 키보드 소리가 점점 잦
아들 즈음.
사무실엔 누구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말이 없는 만큼 공기는 더 무거워졌다.
그는 반대편 자리에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커서를 움직이다가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슬쩍 들려오는 대화들.
“이거 지난주까지였는데, 수정 또 들어갔
어요.”
“팀장님 오늘 좀 예민한 거 같지 않아?”
“그래도 말 못 하겠어요. 눈빛이 벌써…”
사무실 안에서 오가는 말은 대부분 업무
의 언어였지만,
그 안에 섞인 지침과 체념은 훨씬 더 분명
하게 들렸다.
나는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자판기 앞에 섰다.
커피를 뽑는 동안,
그가 조용히 다가와 옆에 섰다.
“너, 괜찮아 보여도 안 괜찮은 거 알아.”
그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종이컵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안 괜찮은 걸 들키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잖아.”
내 말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말없이 복도 쪽으로 걸었다.
잠깐의 공기, 잠깐의 햇살.
그 안에서 숨을 쉬는 법을 조금씩 되찾는 시간.
“나는 그냥…
말 없이도 누가 내 마음 알아주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게 된 것 같아."
서로 모른 척하는 공간 속에서, 조용히알
아주는한 사람이 있다면, 그하루는 충분히
괜찮다".
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지금, 그렇게 느껴졌다면… 오늘은 괜찮은 날.”
그 말에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사무적인 공기 속에도
조용한 다정함은 틈처럼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