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홍래 Jul 11. 2022

한강 산책

휴일의 여유를 즐기다

언제부터 인가 노년이 시작되면서 어김없이 새벽 5시가 되면 눈이 떠진다. 대강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한강으로 나간다. 이 시간의 겨울은 어둑 컴컴 하지만 요즘은 훤해서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매일 운동 겸 산책으로 이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매일마다 다니는 한강 길이지만 항상 갈 때마다 팔색조처럼 모습을 달리 보여 준다.  어느 날은 물안개가 피어서 강 건너편 여의도 쪽이 안개에 감싸여 새벽 잠결의 몽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요즘처럼 장마철이면 성이 난듯한 검은 먹구름이 잔뜩 웅크리고 있는 하늘 밑에 태권 V 로봇의 헬멧 같은 국회 의사당 지붕을 보여 주기도 한다. 여름의 더위가 달구어져 가는 즈음에는 강변 길옆에서 나팔꽃이 피기 시작한다. 빨강 군락, 파랑 군락, 분홍 군락들의 나팔꽃이 수풀 사이에서 꽃대를 내밀고 이슬을 살포시 머금고 아침을 알리려고 한다.


이 길을 걷기를 시작하여 5분 정도 가면 항상 같은 장소에서  친구를 만난다. 강변북로가  당인리 발전소 앞에서는  다리로 만들어져 연결되어 있다. 다리 밑에는 다리를 받들고 있는 많은 교각들이 있다.  그 교각 중  32번 교각에 다 달아서 밑을보면 어른 허벅지보다 큰 잉어들이 너댓마리가 모여 살고있다. 어떻게 잉어들이 여기에 모여 사는지 모르지만 항상 그시간에 32번 교각 밑에서 나를 기다린다. 그 길옆으로는 높은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까치발로 서서 겨우 난간에 목을 걸치고 내가 그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려면 그들은 물위로 입을 내밀고 "뻐끔뻐끔"거리며 나에게 답을 하는듯 하다.


나는 매일 새벽 아침마다 이길을 걸어서 한강 길을 다닌다. 평일에는 출근시간 때문에 상수나들목에서 출발하여 양화대교까지 왕복을하지만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좀더 먼거리를 아내와 함께 걷는다. 매일 이길을 반복해 걷지만 이름만 다르지 비슷한 산을  매번 오르는 사람들과 유사하게 같은 길이 매번 변화를 주는듯 하다. 걷다가 길가 마련된 벤치에 앉거나, 강변 길턱 계단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면 매일 보는 같은 풍경이 볼때마다 달리 다가온다. 둘이서 강을보며 가끔은 살아온 생을 돌아보는 여유도 즐겨본다. 나무와 모든 수풀이 청록색으로  뿜어 내고 몇년전 심어놓미루나무가 짙은그늘을 만들어 주 검푸른 강물이 유유하게 흐르며 날마다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달리보이는 모습들 아내와 함께  말 없이 바라본다. 노년의 부부는 어깨를 기대고 같이 앉아서  곳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인 것 같다.


가끔동네에 있는 카페의 오픈시간에 맞추어 길을 돌아 돌아서 간단한 아침을 위해 간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약간의 노란색이 있는 조명과 그린색의 인테리어, 무거운팝송 음악등 모든 분위기가 이국적 위기이다. 싱가폴의 아침 어느 노천카페 홀로 앉아서  짙은 커피향 맛보는 느낌이다. 아직 오픈시간이라 한두 테이블 정도의 사람만 있고 한적하고 조용하다. 가만히 커피와 빵을 들고 자리에 와서 휴일의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가끔씩 지하철을 타기위해 오가는 사람, 가끔 지나가는 차량,  그렇게 바쁘게 오가던 많은사람들과 차량들은 다들 어디로 는지... 밤을지나며 온 거리에 신비의 마법가루가 뿌려졌는지 휴일 아침이 되면 잠시 거리가 고요하고 적막까지 하다.

유리창 넘어 한 중년여성이 총총 걸음으로 바삐 지나간다. 뒤이어 젊은 남자가 역앞에서 누구를 기다리는지 주위를 살피고있다. 무더운 7월의 태양 이 가로수 위로 소낙비 내리듯 쏟아진다. 카페 안에서 밖을 바라 보면 장면 장면들이 슬라이더 영상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창안의 나"와 "창밖의 세상" 모습이 이등분으로 나누어 지고 있다.  바라보이는 저쪽 세상에서 40년을 넘게 헐떡이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잠시나마 창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만 있다. 여행을 하면 남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삶을 옆에서 바라볼수 있어서 좋지 않나 싶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내 삶을 옆에서 바라 볼수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이 힘이 너무  들어 숨이 넘어갈듯 헐떡거려도, 나에게만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도, 어떤사람을 절대 용서를 하지못할 아픔이라도 잠시 고개들어 하늘을 한번 보고 큰숨 한번 쉬면서 남의 일처럼 조금 떨어진 옆에서 바라보면 별일이 아닐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수녀님과 2년만의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