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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y 23. 2023

마음이 헛헛할 땐 어떻게 해야 하죠

뭐라 정의 내리기 어려운 기분에 사로잡혔는데요

평소와 같이 맞는 평일의 일상을 보내는 와중이었다. 무엇이 원인이 된 건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마음이 울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딱히 슬플 일도, 속상해야 할 일도 없었다. 항상 굴러가는 대로 굴러가던 일상의 어느 순간이었다.


차라리 여느 때처럼 아이에게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든가, 남편에게 서운한 말을 들었다든가 했다면 이유라도 분명하니 그런가 싶을 텐데 이상하게 그 시간엔 별다른 일은 없었다. 내가 울적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없는데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울고 싶은 것까진 아닌데, 그렇다고 웃고 싶지도 않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버렸다. 더욱이 한 달에 한 번 예민해지는 기간도 아니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한참을 생각했다. 헛헛한 기분이라고 하는 건가. 지금 내 마음을 헛헛하다고 말하는 게 가장 근접한 표현일 것 같았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한 번 찾아보았다.


헛헛하다 1. 뱃속이 빈 듯한 느낌이 있다. 2. 채워지지 아니한 허전한 느낌이 있다.


국어사전적 정의는 두 가지인데 왠지 둘 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때의 내 기분은 배고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가 허전한 기분도 아니었으므로 두 개 뜻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도 그 기분을 헛헛하다는 말 말고는 대체할만한 게 없다. 우울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뭘까.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놈 마음의 정체를 알고 싶다.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 들 땐 보통 뭘 하면서 풀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기분을 좀 산뜻하게 돌려놓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영화를 한 편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그럼 어떤 영화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기분일 때 보고 싶은 영화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죽여야 하나.


자꾸 내가 없어지는듯한 기분도 든다. 남편, 아이만 챙기다가 이렇게 한평생 흘러가게 되는 걸까. 나는 그저 그렇게 살다갈 운명일까. 한가해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여유 있는 순간도 분명 있지만 나의 하루 일과는 그리 한가하지는 않다. 불현듯 찾아온 헛헛한 기분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 기분이 반갑지가 없다. 그리고 낯설다. 그렇다고 이 헛헛함을 떨쳐내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뭔가 색다른 걸 시도하면서 억지로 털어내고 싶지도 않다. 남들이 들으면 뭐 어쩌자는 거냐 반문할 수 있겠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남편에게 말해봤자 건지는 것 없이 괜히 더 기분만 상할지도 모른다. 내 기분은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꿀꿀하고 우울하고 울적하고 헛헛한 알 수 없는 기분이 나를 지배해 버렸고 이상하게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싶지도 않다. 그럼 그냥 이 기분을 즐겨버려야 할까. 내가 지금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자기계발 좀 한다는 세상 사람들이 다들 외치는 감사일기도 쓰고 싶지 않다. 이미 너무나 많이, 열심히도 나는 감사일기를 써오고 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면 정말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 많지만 지금은 감사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감사함을 느낀다고 기분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헛헛할 땐 뭘 하면서 푸시나요?


이런 질문은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갑자기 한다면 뚱딴지같은 소리 취급받을 것 같고 애초에 꺼낼 의지도 없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고 싶고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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