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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Dec 27. 2023

나 꼭 잘 살고싶다

남의 새해 소원 엿보기

나이가 들었는지, 아니면 원래 내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 어딜 가든 예쁘게 꾸며진 트리가 눈에 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꼭 트린 사진을 찍게 된다. 인스타를 하는것도 아니고 이 예쁜 트리 사진을 찍어봤자 어디 올릴데도 딱히 없는데도 그냥 찍는다. 매번 트리 사진을 찍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도. 보통의 트리는 예쁘고 화려하니까 왠지 모르게 설렌다. 평소 설렐 일이 없으니까 더 설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랑 자주 가는 도서관 정문 입구에도 커다란 트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통과의례처럼 트리를 보자마자 사진을 한 장 찍어서 남겼는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작은 카드에 소원을 써서 꽂아놓을 수 있게 해두었다. 도서관에 방문하는 시민들을 위한 이런 자그마한 이벤트 소소하지만 참 의미있어 보인다. 아이도 자기 소원 써서 걸고 싶다고 성화다. 이미 온갖 소원카드로 꽉 차서 더 걸 공간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쓰겠다길래 말리지는 않았다.


가만히 트리를 들여다보니 남들의 소원카드가 왠지 눈에 들어온다. 하나 하나 읽어보니 재미있다. 글씨체와 각자의 바람에서 나이대가 예측되기도 한다.


이 분은 예고에 입학하고 싶은 중학생인가보다. 어떤 악기를 전공하는 친구일까? 잘되서 예중은 못갔어도 예고에는 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제 중학생밖에 안되는데 확실한 자기 전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부럽고, 특정 고등학교를 목포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부럽다. 왠지 잘 될 친구 같다.










남친 생기는게 꿈이구나.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이다.

나도 저런게 꿈일때가 있었는데. 남자친구를 사겨본 적 없던 나이의 내가 떠오른다. 그렇게 순수할 때도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나이가 먹은건지. 세월 참 무상하다 싶고..

올해는 꼭 멋진 남자친구 생겨서 연애도 해보고, 싸워도 보고, 헤어져도 보고, 상처도 받아보시길..큭








우리 가족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게 해달라고.. 흔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바라는 소원 아닐까?

내 바람이랑 거의 일치한다.







글씨체에서 뭔지모를 비장함이 느껴진다. 네. 꼭 정신차리고 열공해서 원하는 자격증 꼭 합격해시기를요. 그리고 꽃길 걸어가시를요.









하아. 고3인가보다. 올 한해 고생 좀 하시겠네요. 스트레스 관리 잘하시고 일년동안 열공해서 수시든 정시든신중하게 내서 원하는 대학 꼬옥 합격하세요! 수능만점이 뭐 별겁니까..?







시험 앞둔 어린 학생들이 참 많구나 싶다.

내 인생에 재수란 없다! 참 멋지다. 꼭 한 번에 합격하시길..

그래도 인생 좀 살아본 언니로서 잔소리 좀 덧붙이자면. 호옥시나 열심히 했어도 운이 나빠 시험에 떨어졌어도, 재수를 하게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마시길요. 긴 인생에서 일년의 재수 기간은 어쩌면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굳이 겪지 않으면 좋은 경험이지만. 한번에 합격하는게 가장 좋겠지요? 응원합니다!








퇴사가 유행이라더니 정말 퇴사하는 사람들 많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말도 참 재미있게 잘 만든다. 퇴사자 인더하우스라니. 재미있다. 이 분도 응원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더 내공 쌓아서 더 좋은 일자리 찾게 되기를 바래본다.








이야. 서울대학교가 목표군요. 멋집니다. 언니분 꼭 그 소원 이루시길요. 언니를 응원하는 동생의 마음도 정말 예뻐요.








내가 굳이 안 써도 되겠네요. 나랑 글씨체도 비슷해서 내가 쓴것 같다. 내 소원 대신 써주신 분 고맙습니다.









어쩌다가 지갑을 잃어버리셨는지. 얼마나 마음 졸이셨어요. 지갑 꼭 찾기를 바랍니다.









이건 우리 아들 소원. 한 달 넘게 남은 다낭 여행을 어찌나 고대하고 기다리는지 모른다. 뭐 하나 꽂히면 집요하게 그것만 파고드는 성미라서 엄마를 너무 질리게 하는 너지만.

그런 너의 소원도 꼭 이뤄지길. 우리 여행 꼭 재미있게 무사히 잘 다녀오자!








여러 소원 카드 중에서 내 눈을 사로 잡은건 트리 중앙을 근엄하게 차지 하고 있는 바로 이 카드였다..

나! 꼭! 잘 살고 싶다..

아.. 왠지 글씨체에서.. 그리고 강렬하게 찍혀진 두 개의 느낌표에서 정말 잘 살고 싶은 삶에 대한 강한 열망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나이대도 어느 정도 있으신것 같은데.. 꼭 잘 살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더불어 저도 그 기운 받아서 정말 꼭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의 소원카드를 읽다보니.. 인생 참 거기서 거기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이대별로 각자 바라는 소원과 희망도 다양하다는 생각도 들고, 모두 다 각자의 소원 이루면서 행복한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엔 이런거 봐도 전혀 감흥도 없었고, 그냥 흘려 보고 말았던 것들인데, 나이가 들었다는 슬픈 증거인지 몰라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자세히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마음도 따뜻해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의 새해 소원도 이 카드에 나온 내용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러분의 새해 소원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제 중년이라 불릴만한 나이가 되고 보니, 새해 소원이라고 뭐 거창한건 떠오르지 않고요. 가장 처음 떠오르는건 건!강!이네요. 


몸이 건강해야, 일도 하고 애도 키우고 돈도 벌고 재테크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독서도 하고 미라클 모닝도 하고..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일들 다 건강한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시도해볼 수 있는거더라고요. 저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가족들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더불어 한 가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우리 아이가 내년엔 좀 더 껑충 성장해서 단약도 꿈꿔봤으면 하는 소원이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오는 이 시기, 모두 각자가 품는 소원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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