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첼쌤 Jan 24. 2024

나는 사커맘인가

실은 센터맘


책을 읽다가 우연히 "사커맘soccer mom"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되었다.


줄리아는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의료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보조하고, 자선단체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언제나 다른 사람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언제나 유쾌하고, 상냥하고, 바빴다. 무언가 필요할 때 늘 의지할만한 사람이었다.
자기 스스로 표현하기에도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처럼 보였다. 줄리아보다 더 좋은 엄마, 더 좋은 배우자, 더 좋은 친구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다음 이야기는.. 뭐 쉽게 상상이 간다. 이렇게 완벽한 줄리아도 사실은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사회생활을 잘해내고 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책의 내용을 떠나서 나는 사커맘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사커맘: 자녀를 스포츠, 음악 교습 등의 활동에 데리고 다니느라 여념이 없는 전형적인 중산층 엄마를 가리킴.


이라고 한다. 순간 드는 생각은 이거 바로 나를 가리키는 용어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것 같다.



왜 하필 많은 방과후 활동 중에 축구일까? 궁금해서 알아보니, 미국에서는 축구연습장이 농구코트처럼 흔하지 않고 축구프로그램이 많지 않아서 축구를 하려면 차를 타고 연습장을 찾아다녀야 하고, 부대경비도 많이 드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어릴 때 축구를 접하려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아이의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엄마도 필요하다고.


그래서 사커맘이란 도시 교외에 사는 중산층 미국 여성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방과후 체육활동이나 다른 활동에 많은 시간은 투여하는 열성엄마를 지칭하는 엄마로 사용된다.


사실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사교육 중에 축구교실이 가장 저렴한 편이다. 코치진도 훌륭하고, 시설도 최근에 지어서 넓고 쾌적한 편이라, 정말 저렴한 교습비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인 비용만 받고 해주시는 것 같아 매번 결제할 때마다 흠친 놀랄 정도다.


뭐 우리나라에서는 미국만큼 축구라는 종목을 시키는데 경제력이나 특별한 헌신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아서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는 것 같은데.


나와 공통분모를 찾자면 바로 아이의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엄마라는 거 아닐까? 나의 모든 스케쥴은 바로 아이의 스케쥴에 맞춰서 돌아가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곳에는 항상 내가 있다고 보면 된다.


가끔은 가까운 학원을 보낼때는 혼자 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내가 함께한다. 불안증상 때문인지 도로를 건널 때도 지나가는 차들 경적소리가 갑자기 울릴까봐 무섭다고 한다.


아이 교육에 헌신적으로 투자하는 엄마를 가리키는 건 맞는것 같은데, 나는 교육보다는 아이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기 때문에 아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아이가 건강하다면 나도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책 속의 줄리아같은 사커맘처럼 밝고 상냥하고, 유쾌한 여자가 되어 학교활동과 각종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사커맘이 될 수 있는데, 그러고 싶은데, 내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 같다. 미국에서도 딱히 긍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는 표현은 아닌것 같다.


나에게 더 적절한 용어는 센터맘이 아닐까. 몇 년째, 열심히 아이를 발달심리센터에 데리고 다니는 맘 말이다. 발달센터 대기실에서 만나는 엄마들이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며 믿고 의지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으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것 같다. 과연 언제쯤 센터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휴직맘이든 사커맘이든 뭐든간에 한 번 "맘"이 되면 벗어날 수 없다. 엄마라는 주어진 역할에서, 평생 갇혀 살아야한다. 굳이 무슨무슨맘이라고 나 자신의 역할을 정의할 필요는 없는데 세상이 자꾸 그런 용어를 만들어내서 엄마들을 어떤 카테고리안에 집어넣으려고 하는지. 굳이 어딘가에 속해야한다면 부자맘이나 되고 싶은 심정이다.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어설픈 사커맘 혹은 센터맘이 되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 역할을 기왕이면 즐기면서 해보기로 하자. 모든 것을 다 가지지는 못했지만, 책 속의 줄리아처럼 좋은 엄마, 좋은 배우자, 좋은 친구는 좀 노력하면 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https://brunch.co.kr/brunchbook/umchin



https://brunch.co.kr/brunchbook/whymyson








이전 19화 친정엄마가 사생활침해하는 것 같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