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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r 05. 2024

사과는 재벌이나 먹는 과일인가요

지나치게 비싸잖아요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건 너무 지나치게 비싸다는 말이다. 전방위적인 물가상승, 인플레이션 등등으로 과일값, 채소값이며 다 오르고 있다는 건 마트 장만 한 번 봐도 체감 가능하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사과 가격을 마주할 때마다 손이 벌벌 떨릴 지경이다.


하필이면 아이가 즐겨 먹는 유일한 과일이 사과다. 어려서부터 각종 제철 과일은 집에 부지런히 사다 두고 먹이려고 노력했다. 봄이면 딸기, 여름이면 수박, 가을 겨울엔 배를 사다 날랐고 계절을 타지 않는 과일들도 늘 구비해 두는 편이었다. 과일값은 썩 저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매일 간식으로 과일을 대접해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게 있었다. 과일도 당이 높아서 건강에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자라나는 아이에게 그래도 시판 과자나 음료수보다는 훨씬 건강한 간식거리 아닌가.


여러 과일을 먹여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정착하게 된 과일은 사과였다. 딸기도, 귤도, 수박도, 블루베리도, 다양하게 먹여보려 했지만 억지로 먹으라고 성화를 해야 겨우 먹는 정도였다. 먼저 먹고 싶다고 요구하는 과일은 오로지 사과뿐이었다. 내키지 않는 과일을 억지로 먹이는 것에도 질려서 어느 순간 나도 제철 과일을 부지런히 사다 나르는 건 포기하게 되었다.


마트에 갈 때마다 과일 코너에서는 사과만 사기로 했다. 남편도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도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나 혼자 먹겠다고 과일을 따로 깎아 먹지는 않는 성미라서 아이 먹을 사과 아니면 살게 별로 없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사과 가격을 보면서 이 정도까지 뜨악하지는 않았다. 싸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계속 서서 구매를 갈팡질팡 고민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과 가격을 볼 때마다 말 그대로 후들후들하다.


대여섯 개밖에 안 되는 사과 한 봉지가 이만 원 가까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것도 조금 저렴하다는 식자재마트나 대형마트를 가면 그 정도고 유기농 가게에 가면 이만오천 원, 삼만 원 가까이하는 데도 많다. 그 정도로 비싸면 상태는 좋으냐? 그렇지도 않다.


아까워서 하루에 두 개는 못 깎아주고 딱 한 개씩만 깎아서 먹이는데 상태도 별로다. 안쪽이 살짝 상해 있는 경우도 있고 겉껍질에도 작은 흠결이 나 있는 사과도 많다. 썩 맛이 좋은 편도 아니다. 제철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딱히 맛있는 사과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어졌다.


이 정도로 비싸면 맛이라도 좋던가. 단맛도 새콤한 맛도 덜 나는 것 같고 그냥 무 씹듯이 맹맛 같은 경우도 많다. 어쩌자고 사과 가격이 이렇게 비싸졌단 말인가. 마침 신문에서 사과 가격에 대한 기사가 작게 보이길래 자세히 읽어보았다. 더 절망적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비싼데, 앞으로 더욱더 비싸질 거라는 전망이라고 한다.


지금보다 더 비싸지면 대체 얼마까지 간다는 말인가? 사과 하나에 오천 원, 만원까지 올라갈 셈인가.

아. 나라에서 사과 좋아하는 일반 국민들을 위해서 사과 농사짓는 분들에게 대규모 투자라도 해주면 안 되나. 이렇게 비싼 금사과라니 마음 편히 사 먹을 수가 없단 말이다.


아이가 유일하게 즐겨 먹는 과일이 하필이면 왜 사과가 돼버렸는지.. 사과 가격이 좀 내려가서 하루에 두 개씩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부려보고 싶다. 아이만 먹이려고 남편 퇴근하기 전에 몰래 깎아서 먹이고 남편은 건강에 가장 좋은 과일이라며 방울토마토를 대접한다. 먹거리에는 아끼지 말고 쓰자는 주의인 남편도 마트에서 사과 가격을 보고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아.. 부자 돼서 돈 걱정 안 하고 하루에 사과 서너 개씩 아침, 저녁으로 마음껏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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