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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r 08. 2024

슈크림라떼는 못 참지

커피값 재테크로 부자되기는 글렀

남편이 갑자기 엄청난 뉴스라도 발견한 것처럼 큰 목소리로 말했다.


"스타벅스에서 소금빵 출시 했어! 봄시즌 신상 메뉴도 출시했대."


"... 그래?"


별 시덥잖은 소식을 굉장한 사건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느꼈다.

사실 남편은 커피를 즐겨마시는 사람도 아니고, 스타벅스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순전히 나 때문에 반강제로 스타벅스앱을 받았고, 살뜰히 모은 무료음료 쿠폰이라도 들어오면 충성스럽게 보내준다.


아메리카노를 제외하고 오육천원하는 커피를 매일 마음껏 먹을수 있는 재력을 갖추지는 못해서 평일에는 집앞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이천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최근에는 선물받은 커피 원두가 있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텀블러에 타 마시고 있다. 각얼음을 넣고 수제 아아를 제조하면 이천원을 아꼈다는 뿌듯함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이다.


평일에는 별 일이 없으면 스타벅스로부터 거리를 두며 자제하다가, 주말에는 여지없이 봇물터지듯 욕망을 채운다. 왠지 한 주일을 잘 살아낸 나를 위한 보상이랄까.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꼭 달달함이 적당히 가미된 비싼 음료를 습관적으로 사마신다. 그러면서 행복감을 마음껏 누린다.


주말 아침 일어나자마자 스타벅스에 다녀온 남편은 굳이 새로 출시된 소금빵과 슈크림라떼를 사왔다. 스타벅스가 베이커리 맛집도 아니고 굳이 신상이라고 해서 빵을 사올 필요는 없는데, 생각했지만 가타부타 덧붙이지 않았다.


비싼 빵을 뭐하러 사왔느냐고 말을 한마디 붙였다가는, "주말 아침부터 남편이 부지런히 나가서 신상 메뉴 맛 보라고 너를 위해서 몸소 사다주었는데 고작 한다는 말이 그거냐"라는 리액션을 또 마주하게 될까봐 그냥 조용히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소금빵을 한 입 베어물었다. 달달한 슈크림 라떼도 한 모금 곁들였다.


오, 이런게 천국의 맛이지..


그야말로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다.

당도 초과에 칼로리 폭탄이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다.


그 날 이후로 슈크림라떼의 맛이 잊혀지지 않아서 힘들다.

아침 운동에 플랭크 자세를 하면서 오로지 슈크림라떼만 생각하면서 배가 터져 죽을 것 같은 고비를 겨우 넘겼다.


유독 아침 운동이 힘든 날에는 더더욱 슈크림라떼의 유혹이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날에는 평일이라 하더라도 나만의 룰을 깨고 그냥 사마셨다. 대신 시럽을 줄이거나 우유를 저지방으로 바꿔서 죄책감을 조금 덜고자 한다.


평소에는 아아만 마셔도 되는데 유독 나는 스타벅스 시즌메뉴에 취약하다.

토피넛라떼, 블랙글래이즈드라떼, 슈크림라떼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고칼로리와 고당도를 자랑하는 녀석들이지만 매 시즌 출시 될때마다 너다섯잔은 질릴 때까지 마시곤 한다.


프리퀀시 이벤트 때도 느꼈던 거지만, 나는 서서히 아주 점진적으로 한국식 스타벅스 마켓팅에 철저히 길들여졌다. 가끔은 벗어나고 싶은데 집앞이 스세권이라, 어딜 가든 스타벅스는 흔하니까, 그 특유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 감성이 좋아서.. 등등의 이유로 오늘도 나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기를 못 펴는 해외에 살면서 외국살이를 하지 않는 이상 이번 생에서는 스벅 충성 고객 신분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나저나 저랑 비슷한 취향이신 분들, 슈크림라떼 한 잔 드시고 달달한 봄날의 기운 한 줌 느껴보세유.

맛이 아주 끝내줍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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