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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r 15. 2024

영재원합격은 흥행보증수표인가

자녀교육책 작가의 필수 조건

엄마표영어로 성공한 인플루언서가 쓴 책을 읽고 있다. 보통 이런 자녀교육서를 보면 저자 소개가 길고 장황한 경우가 많다.

저자만의 어떤 특별한 일을 계기로 각성이 되어서, 자녀 교육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뛰어들게 되었으며,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키웠더니, 애가 이렇게 성공했답니다 하는 식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그래서 아이가 어딜 갔는데? 어떻게 됐는데?에 가장 눈길이 간다.

이번 책도 역시나 초등4학년에 영재원에 합격했단다. 엄마표 영어가 주제인데 수학, 과학에 재능이 뛰어난 아이가 가나는 영재원 합격이라니. 이거야말로 영어도 잡고 수학, 과학도 잘 시킨 대단한 교육방법 아닌가 싶어 잔뜩 책 내용이 기대가 된다.


자녀교육서 저자 정도 되려면 필요한 스펙에는 본인 학력이나 경력은 해당 사항이 없다. 필요한건 자녀의 눈에 띄는 성과다. 영재원 합격, 특목중이나 국제중 합격, 영재고, 과학고, 자사고 입학, 명문대 입학, SKY의대 , 지방의대 입학까지.. 이 정도 성과는 있어야 자식 농사를 잘 지은거고 그 성과를 만들어낸 부모 정도는 되어야 자녀 교육서를 쓸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그저 대학 교수나 교육계 종사라는 경력보다는 직접 자신의 자녀를 잘 키워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부모가 쓴 책이 더 끌린다. 자식을 낳아 그저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그 사람들은 대체 어떤 방법으로 훌륭한 성과까지 내며 잘 키울 수 있었던걸까 궁금하다.


큰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내용 자체도 유익하고 참고할만한 정보도 꽤 많았다. 반강제로 엄마표영어를 하고 있는 처지라 더더욱 흥미를 잃지 않고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내내 잊을만하면 반복되어서 나오는 "영재원 합격"이라는 말이 거슬렸다. "영재원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영재원에 합격하고 나서는, 영재원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어서" 등 마치 영재원 합격은 성공적인 초등학생의 지표라도 되는듯 여기저기서 나를 자극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강한 의문은, 어째 그 집 아이는 이토록 엄마가 시키는대로 따라온단 말인가..?

딸이라서 그런건가? 원래 이렇게 순종적인가? 이게 가능해? 하루에 70분씩 영어 교재로 따로 공부를 하고도 영어 원서 읽기, 화상 영어, 우리글책 독서 1시간을 해낸다고? 그러면서 수학 등 다른 과목 문제집도 풀렸다는데.. 이 정도면 하교하자마자 하루종일 공부한거 아닌가.


초3이 되니 방과후 활동 포함해서 학원 한 두개만 다녀와도 저녁 먹고 나면 따로 공부할 시간이 별로 안 되는데 그 책 속 아이는 쉬지도 않고 공부를 했나보다. 아니면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교육을 아예 시키지 않고 하교하자마자 엄마의 치밀한 계획하에 빈틈없이 공부했던가. 어느 방식이든간에 우리 아이와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정도 학습량을 군말없이 받아들이느냐, 아니느냐인데 우리집 아이는 후자다.


도저히 우리집 아이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방법들이 제시되니,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요, 댁네 아이는 잘 따라오니까, 시키는대로 하니까 쉽게 쉽게 교재 난이도 올려가면서 하루에 두 시간씩 영어에 집중했겠죠. 우리 애는 아니올시다.."하는 고까운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동화 속 세상에나 존재하는 아이에게 공부시키는 이야기같아서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내가 속이 좁아서 그런건지, 단순히 질투심인지는 단정짓기 어렵다. 부러운 감정도 어느 정도 내가 노력하면 비벼볼만한 바운더리 내에 있어야 드는 법인데 애초에 아이들의 성향이 워낙 다르니 부럽지도 않다.



아무큰 그 집 아이는 엄마의 정성과 노력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영재원도 다니고 결국 과학고에 합격했다고 한다.. 초6때 영어 수능은 만점을 만들어놓고 중,고등 가서는 다른 과목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저자의 큰 그림이 아무리 머리 싸매고 생각해봐도 우리 아이에게는 일어나기 힘든 기적일것 같아서 한 숨만 나온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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