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가장 중하니까요
오늘을 기점으로 50일 연속으로 하는 덤벨운동 프로그램을 마쳤다. 내 기억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50일 연속 근력 유산소 운동을 했다. 한 번의 영상이 기본 4-50분 하기 때문에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른 건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유튜브 영상을 켜고 일단 운동을 따라 했다.
작년 겨울쯤에 한 번 했던 운동 코스이긴 한데, 그때는 중간에 여행 일정도 있었고 아프기도 해서 하다 말다 한 적이 많았다. 50일 프로그램을 하는데 몇 달이 걸린 것 같다. 이번에는 정말 밀도 있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체력을 기르고 싶었다.
진심으로 내 인생에서 딱 하나 원하는 게 있다면 바로 지치지 않는 체력이다. 뭘 하든 체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요즘은 실제 나이 대비 라이프스타일 나이라는 게 따로 있어서 예전 40대와 요즘의 40대는 굉장히 다르게 다가온다. 지금의 40대는 20대 못지않은 에너지와 트렌디함을 바탕으로 뭐든 도전하고 시도하며 해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요새는 60살도 너무 젊기 때문에 40대에는 거기가 비하면 애기축에 속한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이 말하는 라이프스타일 나이대로 살기에 내 몸은 정말 있는 그대로 40대 체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고, 걸핏하면 아프고 에너지가 바닥나서 살림과 육아만 해내는 것도 버거울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골골대기만 하다가 인생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 계발이고 재테크고 독서고 뭐고 다 제쳐두고 내 인생의 첫 번째 목표를 체력 키우는 데에 두기로 결심했다. 그것도 근력 늘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피트니스 센터나 필라테스에 다닐 시간도 에너지도 없기 때문에 일단은 홈트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현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무더운 여름에 날은 습하고 초등 아이 여름 방학까지 시작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조카들까지 데리고 있으면서 며칠 강행군을 했더니 애도 몸살이 왔고 나도 옮은 건지 같이 지친 건지 어김없이 몸살이 났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내 몸도 지쳐서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몸살이 나든가 두드러기가 올라오던가 원인은 결국 면역력 부족이라고 불리는 반갑지 않은 증상들이 방학마다 찾아왔다.
이번 방학만큼은 그렇게 굴복당하고 싶지 않았다. 방학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강도 높은 덤벨운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이유도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코로나인 건지 단순 몸살인 건지 목이 아프고 열이 나서 도저히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힘든 몸상태가 되어버렸다. 온열질환인지도 모르겠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뼈가 녹는 것 같은 느낌에 일어설 힘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냥 병원 가서 수액이라도 한 대 맞을까.
하지만 애가 방학이라 어디 맡기고 마음 놓고 수액 맞으러 갈 형편이 못 되었다. 정 몸이 안 좋으면 어디든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은 견뎌보기로 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죽을 것 같고 입맛도 없고 속도 메슥거리면서 소화도 안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에 나는 굉장한 선택을 했다. 몸이 이렇게 안 좋은데 그냥 운동을 해버리면 어떨까?
근육통에 몸살이 난 몸을 질질 끌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1시간짜리 근력유산소 운동을 틀고 따라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 순간의 나는 좀 독했다. 몸을 굉장히 사리는 편이라 평생 독하다는 소리 별로 들어본 적 없는 나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저질체력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냥 좀 쉬어도 됐을 텐데 결과야 어찌 돼 건 간에 일단 몸을 움직여보자 싶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했다.
운동을 마치고 나서도 컨디션은 여전히 꽝이었다. 목도 아프고 기침도 나고 몸살도 여전히 느껴졌다.
그런데 희한한 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굉장히 가뿐했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진통소염제 몇 알 먹은 게 전부인데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 지경으로 아플 때는 보통 병원에 가서 수액 한 대 맞아야만 낫곤 했는데 참 희한한 일이었다.
운동을 한 게 수액보다 나은 효과가 있었을까? 그 후로 더욱 박차를 가해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근력 운동을 했다. 말이 근력 운동이지 정말 피트니스에서 하는 것처럼 대단한 헬스 운동을 하는 건 아니고 1,2 킬로그램 덤벨 들고 하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따라 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그마저도 평생 안 하고 살았기 때문에 내 몸에는 생소한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오늘부로 50일 연속 근력 운동을 마쳤고, 아이 방학 시작한 지 이주일이 넘어가는데 아직 나는 건재하다. 이 더운 여름에 애 데리고 캠핑 가고 물놀이 다니고 야구장 다니고 했는데도 한 번의 위기 이후로는 아프지 않다.
운동이 정말 만병통치약일지도 모르겠다. 사십 평생을 저질 체력으로 살아온 터라 아직 체력이 제대로 키워진 것은 아니다. 그전에는 5퍼센트 정도의 체력이었다면 이제 막 20퍼센트 정도로 올라온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쭉쭉 끌어올려보고 싶다.
근육 1 킬로그램이면 노후에 병원비 몇 천은 아낄 수 있다는 말이 있던데 나도 한 번 열심히 근육량 늘려서 노후에 대비해야겠다.
<이미지출처: Bigsis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