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날
결국 마지막 날은 온다. 여행이 얼마나 길든, 짧든 관계없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늘어놓은 세면도구들을 챙겼다. 우리에게 집 한 구석을 빌려준 친구와 아쉬운 작별의 포옹을 한다. 그동안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가 도착하기 전 날 했다던 혼인신고도 다시 한번 축하했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기 전 포틀랜드의 힙함을 마지막까지 누리기 위해 브런치 카페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이름이 Screen door였는데, 구글에 잘못 검색하면 정말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회사가 나와서 정확히 검색해야 한다. 치킨 와플과 블루베리가 들어간 디저트류를 먹었다. 치킨 와플은 향이 강했고, 먹을만했다.
빅토리아에는 불친절한 아줌마가 운영하는 한인 마트밖에 없기에, 여기서 한식 재료를 좀 구하고 싶었다. 갈 길이 멀지만, 냉동식품들은 얼음을 좀 사서 아이스박스에 넣으면 되겠지. 김치와 국간장 따위를 잔뜩 사서 얼음도 파냐고 물었더니, 그냥 주신다 했다. 큰 비닐봉지 한가득 얼음을 담아주셨고, 아이스박스 가운데에 고이 넣었다.
그리고 가는 중간에 점심을 고민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버거집인 Chick-fil-a를 검색해봤는데, 시애틀 근처로 조금 돌아가야 했다. 배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고민하다가, 언제 또 미국에 올지 모르기에 가기로 했다. 아뿔싸, 내일 오픈이라고 한다. 아직 열지도 않은 매장을 영업 중이라고 표시한 구글에 분노를 한없이 표출하며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으로 갔다. 다행히 그 매장은 영업 중이었다.
조금 똥줄이 타기 시작하고 분노했지만 칙필에이 치킨 버거는 감수할만하다. 특히 감자튀김과 칙필에이 소스는 최고다. 칙필에이 소스를 좀 더 달래서 챙겨 왔다.
이제 운전만 조금 긴장하고 빨리 가면 된다. 미국 사람들은 워낙 운전을 빠르게 해서 서울에서 운전을 잘한다고 할지라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 가는 길에 당신이 옆에서 포틀랜드 지역 한인 신문을 읽으며 “트럼프가 이랬다더라, 김정은이 저랬다더라” 한다.
애니메이션 카에 나오는 것처럼 생긴 항구 마을에 도착해서 미국에서 주유를 한다. 캐나다는 북미임에도 미국이 아니기에 주유비가 비싼 편이다. 한국보다 조금 저렴한 정도. 배를 타러 갔더니 또 못 탈지도 모른다고 하며 예비번호표를 준다. 우리의 여행은 마지막까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린 둘 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이 배가 오늘 마지막 배다.
다행히 배에 자리가 있어 우리 차와 우리 몸을 실어줬다. 가는 길에는 운전할 때부터의 긴장이 풀려서 기진맥진했다. 선실에 앉아있는데, 밖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나가보니 고래가 멀리서 물을 뿜는다. 지친 마음이 위로가 된다. 동물은 왜 존재만으로 위로가 될까, 생각하며 열심히 사진에 담아본다.
빅토리아에 돌아오니 이제는 많이 익숙한 주의사당 건물이 반겨준다. 집에 왔다.
캐나다에서의 일상과 여행 이야기를 쓰는 매거진입니다. 정보성 글도 아니고, 스마트폰에 남아 있는 일기를 조금 수정해서 올리는 형식으로 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