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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Nov 11. 2019

[메기]

메기 시네마틱 유니버스?

누군가의 창작물을 한 줄로 깎아내리고 싶진 않아서 굳이 굳이 나열해본다. 좋은 점은 촬영, 음악,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다. 그러니까 스토리 외에 대부분은 좋다. 마치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가 박자를 못 맞추는 지휘자를 만난듯하다.

스토리가 너무 산만하다. 메기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눌 수 있다. 엑스레이 편, 지진과 싱크홀 편, 윤영과 성원의 갈등 편. 그런데 이 세 개의 스토리가 다 따로 논다. 마치 세 개 정도의 단편 영화를 메기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묶어서 하나로 만든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게 어벤져스가 아니라 각각 다른 히어로 영화를 한 번에 보는 것 같았다. 다른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오케스트라가 실력은 출중한데 ‘바흐’를 연주하다가, ‘BTS’로 넘어갔다가, ‘작은 별’로 마무리하는 듯했다.

나도 대충은 느꼈다. 그것들이 의심과 믿음을 이야기하려는 에피소드들이라는 거. 그런데 대사들이 붕 뜨고 곧 흑염룡이라도 소환할 것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내가 쓴 대사는 상당히 멋지고 예술적인데, 이걸 못 알아듣는다면 당신은 그저 무지한 대중일 뿐이라고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온 세상을 깔보면서 썼을 법한 대사들이었다.

내가 독립영화를 보는 이유는 감독이 배급사나 제작사의 입김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기에 그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고 생각하며 본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불친절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면 더 이상 이 감독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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