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공백기

by 지유

아프다. 편하다. 외롭다.

편하다. 외롭다. 아프다.

외롭다. 아프다. 편하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편하다. 외롭다.

외롭다. 편하다.






그와 헤어지고 컵 위로 슬픔이 출렁이다 못해 넘쳐흘렀을 때, 이제 어떻게 다시 사랑하나 싶었다.

헤어짐이 두려웠다. 헤어진 후 밀려오는 고통이 두려웠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언젠가 또 이런 아픔을 견뎌야 할 날이 올 텐데 두 번 다시는 못할 것 같았다.


출렁이던 슬픔을 모두 쏟아내고 컵에 남은 물방울이 먼지를 만났을 때, 혼자인 게 정말 좋았다.

사랑에 매달리는 친구가 안타까웠다. 상대의 사소한 몸짓과 말에 상처받으며 힘들어하고,

사랑의 크기를 표현하기 위해 허튼 돈을 쓰는 모습을 보며 사랑은 그저 감정의 과소비라고 생각했다.


컵에 매달려있던 물방울이 마르고 먼지만 남았을 때, 연애가 너무도 하고 싶었다.

길에 나가면 손 붙잡고 걷는 연인들만 눈에 뜨이고, 왜 나만 혼자일까? 나만 외로워 보였다.


컵에 물을 채워줄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나의 연애 공백기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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