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억을
로스팅할 필요가 있다.
기억에 열을 가해 볶아
맛과 향을 간직해두었다가
이따금 내려 마시며 음미한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진하게,
때론 시큼하게.
우리는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왜곡 되어버리고, 확신도 잃어간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같은 경험을 하고도 서로 다른 기억을 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오늘 낮에 마신 커피와 저녁에 마신 커피의 맛이 원두에 따라 전혀 다르다고 느끼며 커피는 기억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 뒤 기억하고 싶은 것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고, 인상적인 장면과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 냄새를 기억이라는 콩에 담아둔다.
그리고는 이따금 순간을 되새기며 ‘그때 좋았지.’, ‘그때 마음이 참 아팠지.’, ‘아니야 그래도 행복했어.’
하고 기억을 내려 마신다. 기분 좋은 맛과 향을 위한 약간의 왜곡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