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효가 완성되어 버리면 청구할 수 없어요.
우리는 돈을 빌릴 수도,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제 때 돈을 갚도 받는다면 참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 있으니 관련한 법과 규칙도 존재하겠지요.
채권채무와 그 대처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편으로 글이 발행될 예정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우선 시효의 존재와 그 내용에 대해 먼저 알아봅시다.
(헤더의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Michael Kauer님의 이미지 입니다.)
총총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기억하기 쉽게 알아봅시다.
채권자는 "권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채무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지요.
채무자는 "의무"를 진 사람입니다. 채권자에게 채무변제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권리"와 "의무"로 기억하면 쉽고 오래 기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시효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민사상의 시효뿐 아니라 형사상의 시효도 있지요.
채권압류 및 추심은 민사의 영역이니, 이번에는 민사상의 시효에 대해서만 알아봅시다.
시효라는 것은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었을 때, 이에 상응하는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시효는 바로 형사상에서 사용하는 "공소시효"일 거예요.
공소시효 역시 어떠한 범죄사실에 대해 일정 기간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 이상 공소제기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지요.
이런 시효의 기간이 모두 지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우리는 "시효의 완성"이라고 부릅니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해당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이왕 민법상의 시효를 이야기했으니 가볍게 짚고 넘어가 봅시다. 취득시효란 "일정한 사실관계가 특정 기간 동안 지속되었을 때 그 사실관계를 권리관계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부동산의 취득시효인데요, 다만 취득시효는 동산과 부동산 모두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년간 부동산을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자는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요.
물론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그렇고, 실제로는 다양한 법리적 검토와 법적 다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일정 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그 권리가 소멸되는 것을 뜻합니다. 법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의 대표 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청구해야 법의 보호와 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채권소멸이 있습니다.
민사채권의 소멸시효는 민법의 각 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민사상의 채권은 민법 162조에 의해 10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 외의 재산권은 20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활비가 부족해서, 전세금이 좀 모자라서, 갑자기 쓸 돈이 필요해서 등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채권채무의 발생은 10년의 기간 내에 변제를 요구하거나 내용증명을 통해 최고하고 소를 제기하는 등 권리의 청구를 해야 합니다.
민사상의 채권은 10년을 기준으로 두고 있지요. 하지만 상사채권은 상법 64조에 따라 5년을 시효로 두고 있습니다.
상법 64조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
이는 다시 말해 빌려준 돈의 사용처가 상행위에 해당된다면, 10년이 아닌 5년을 기준으로 시효가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자면, A가 B에게 빌려준 돈을 B가 사업준비를 위해 설비를 구매한다거나, 사업장을 임차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는 상행위에 해당되어 5년 내에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뒤에 조건이 하나 더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입니다. 어떤 규정들에 의해 더 짧은 시효의 채권이 등장할까요?
상사채권은 5년이 시효이지요. 일반적인 민사채권이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반토막이나 줄어들었습니다. 5년이 긴 시간으로 보여도, 생각보다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더 짧은 시효를 가진 채권이 등장합니다. 무려 같은 상사채권인데도 말이지요.
민법 163조를 보면, 해당 조문에 규정된 채권들은 5년에서 한 번 더 짧아진 3년을 그 기간으로 두고 있습니다.
민법 163조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그중에는 특히 상사채권에서 압도적 다수에 해당하는 물품대금이 끼어있는데요, 또한 이뿐 아니라 공사대금이나 용역대금 역시 3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상사채권으로 다투는 대부분의 케이스가 물품/용역/공사대금에 해당하는 만큼, 어지간한 상사채권의 다툼은 일단 3년이라고 보는 편이 더 나을 지경입니다.
방금 3년을 시효로 하는 채권을 봤죠? 이젠 무려 1년까지 줄어듭니다.
민법 제164조에 따르면 이 항에 해당하는 채권들은 무려 1년을 그 시효로 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164조
다음 각호의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2.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3.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4.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
이 금액들은 단건으로 보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니지만, 자영업자 등 영세업자들에게는 이 채권들이 모이면 무시할 수 없는 액수가 됩니다. 따라서 1년 안에 추심을 하려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며 나서야겠지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모든 규정을 앞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판결이나 그에 준하는 결정 등으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인데요. 민법 165조의 내용을 한 번 봅시다.
민법 165조
1.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
2.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전항과 같다.
3. 전 2항의 규정은 판결확정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단기의 소멸시효라도 판결 등을 통해 확정된 채권은 확정일로부터 10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는 파산신청의 확정일도 동일한데, 다만 파산선고의 확정일 당시 변제일이 아직 다가오지 않은 채권은 제외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시효들은 언제든지 중단되거나 정지될 수 있습니다. 이를 시효의 장애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중단과 정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단어만 놓고 보면 중단이나 정지나 비슷한 것으로 보인단 말이지요.
민법 178조에 따르면, 시효의 중단은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효의 중단
1.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2. 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중단한 시효는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시효가 중단될 경우 중단의 사유가 시작된 시점부터 중단에 이르기까지 흐른 시간은 시효에서 제외한다는 말입니다. 즉 시효의 완성까지 60일 남은 상태에서 제소가 이루어졌고, 확정판결까지 3년이 걸렸다 해도 60일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재판의 청구로 인해 중단된 시효는 이후 확정판결이 났을 때를 기준으로 처음부터 시효가 돌아갑니다.
10년의 시효를 가진 민사채권이 7년이 지나고 3년을 남겨두었을 때, 재판을 통해 확정을 받는데 2년이 걸렸다 해도 시효는 확정일 기준으로 다시 10년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시효의 정지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아봅시다.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들어본 시효의 정지는 아마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라는 말일 텐데요. 이처럼 시효가 정지된 경우 지금까지 흘러 온 시간은 그대로 둔 채 마치 동영상이 일시정지 되듯 중지사유가 있는 날 그대로 시효가 유지된 채 정지한다는 뜻입니다.
이후 정지사유가 사라질 경우 다시 이어서 시효가 진행되겠죠?
자, 민사상의 채권과 시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시효가 지나면 채권자는 더 이상 변제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는 곧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법이 제도와 장치를 마련했으면, 당사자는 이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법원과 판사, 그리고 국가는 신이 아니기에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의견을 주장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이를 행하지 않은 자가 그 불이익을 감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시효라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변제받지 못한 돈을 어떻게 청구하고 독촉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