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들어섰던 진보정권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폈었지만 실패했던 일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기에 이번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도 사람들은 반신 반의 하고 있지요.
사람들에게 아파트란 절대 가격이 떨어질 리 없는, 세력에 의해 가격이 부풀려진 주식처럼 여겨집니다. 돈이 없는 사람도 빚을 내서 분양을 받거나 하면 차액을 노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주식과는 달리 아파트는 절대 휴지조각이 될 리 없는 안전한 자산이지요. 땅은 절대 없어지지 않고 도시 에는 분명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가치와 제한된 공급으로 누구나 필요로 하고 그래서 계속 가격이 오르는 게 뻔한 그런 회사의 주식이 있다면 투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돈이 있는 사람들 중에도 집을 갖지 않거나 자신의 거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택만 소유한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저도 아파트를 가져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아파트를 사고팔아서 차익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지만 결혼 후 집이 필요 한데 자꾸 오르는 아파트 가격이 불안해서 부모님에게도 도움을 받고 빚도 잔뜩 져서 아파트를 샀었습니다. 그래서 내 집이 드디어 생겼는데 정작 그 집에서 살지도 못하고 생활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당시 저 같은 사람들을 일컬어 '하우스 푸어'라는 말도 생겨났었죠.
아파트를 사고 나니 가격이 올랐으면 했습니다. 생활은 조금 힘들어졌지만 무리를 해서 아파트를 구매한 제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기를 바랐죠. 그런데 당시 집값은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서던 때였습니다. 집을 산 것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생활은 힘들고 집값은 떨어지고... 그래도 자라는 아이를 보며 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하고 빚을 갚아 나갔고 그러면서 집 값도 조금씩 회복을 하는 거 같았습니다.
아파트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조금 손해 보기는 했지만 집 값이 계속 낮은 것이 우리 가정에 더 유리한 것이 아닐까?
당시 신혼살림에 어울리는 작은 집을 샀었지만 앞으로 애가 크고 하다 보면 그 작은 집으로는 평생을 살기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내 작은 집 값이 조금 오르는 동안 앞으로 내가 장차 마련하고 싶은 지역의 더 큰 집은 더 많이 오를 것이기 뻔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대로 있던가 더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빚을 지고 겨우 집을 한채 마련한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집이 한채인 사람은 집 값이 올라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게시판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며 본인이 투자 혹은 투기를 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까 봐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아파트는 주식이 아닙니다. 주식은 투자자를 끌어 모아 그 돈으로 더 많은 먹거리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일에 돈을 쓸 수 있지만 아파트로 모인 돈은 오로지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할뿐 입니다. 아파트로 돈을 번 사람들은 다른 아파트를 또 구매해서 가격을 더 올립니다. 돈이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보이지 않는 벽을 점점 더 높입니다. 공기나 물처럼 없이는 살 수 없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과 같은 존재인데 오히려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자원으로 둔갑시킵니다.
'투기'의 단어 뜻을 찾아봤습니다.
기회를 틈타서 큰 이익을 얻으려 함
분명 '투자'와는 다른 뜻입니다.
돈 있는 모든 사람들이 투자가 아닌 투기만을 하려 든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어떤 사람들만 살아남게 될까요?
저는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물론 이제 가족들과 오래도록 함께 살 수 있는 다른 집을 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젠 섣불리 빚을 더 지면서 집을 사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세월 제가 노력하고 저축한 돈을 아파트에 모두 쏟아붓고도 한참 모자라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소수 집단의 과욕의 끝은 모두가 감당하기 힘든 비극이었음을 역사를 통해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과거 실수를 통해 학습을 하는 동물이므로 이제는 모두를 위해 인간들이 좀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