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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경쟁

Winter is coming..

by 다자녀 디자이너

인생에 있어 내가 이룬 성공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성공은 뭔가 생산적이고 업적이라 할만한 것에 붙일 수 있는 말 같은데 과연 여태 공들여 이룬 것들 중에 그런 것이 뭐가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일상처럼 이루어낸 소소한 성과물이 있었으나 그것은 그것을 목표로 죽을 만큼 노력해서 성공을 이루어 냈다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인생은 실패인가?'라고 물으니 그것도 아닌 거 같다. '성공'의 경험은 그다지 떠오르는 게 없지만 '성취'는 가끔 있던 거 같다. 일생을 통해 나는 정해진 시기가 되면 때마다 어떤 시험을 치르고 겨우겨우 통과하거나 만족하는 그런 인생을 살아온 것이었다. 의문 가득한 내 존재 가치를 그런 시험으로 확인하곤 했었다.


성공과 성취의 차이.

내 맘대로 정의했을 때 그렇다면 나는 성공의 희열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과연 있었던가 하는 의심이 든다. 시험을 치른 뒤 결실을 맞을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들은 과연 진정한 행복이나 기쁨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시험이라는 어떤 관문을 통과했을 때의 그 기분은 그리웠던 누구를 만나거나 갖고 싶던 것을 갖게 되거나 가족에게 받았던 사랑처럼 가슴깊이 꽉 차는 감정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성공이 아닌 성취(pass)의 절점으로 연속된 인생은 이제 내 후대로 물려 아이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루었을 때 진정한 기쁨이 아닌 그냥 Pass의 안도감. 다시 돌아가거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다음 절점까지 조금 쉬었다 이어 갈 수 있다는 허락을 겨우 받는 것을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공의 희열, 궁극의 기쁨이 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늘 그래 왔듯이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이 상처 내고 치유하면서 강화(성장)하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같은 잣대를 대어왔다. 기대에 못 미치면 늘 두려움과 분노가 일어났다. 나의 분노와 두려움은 내 안에만 머물지 못하고 결국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 순간 관용과 용서, 배려 같은 단어는 전혀 근접할 없을 만큼 강렬하게.. 도대체 이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고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내가 감당해야 할 것과 바램 사이에서 나는 늘 고통받는다.


경쟁에 이기기 위한 성장 그리고 그것에 매몰된 다그침. 평생 게으름에 쫏기며 산 나는 관대함이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성장하는 법을 모르며 살아온 듯하다. 빵을 훔쳐 먹은 빠삐용을 성장시킨 것이 무엇인지 읽고 보아도 인식하지 못하였다. 아니 어쩌면 모른척하며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관대하려면 불익 혹은 최소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에.


양보와 희생 없이 관대할 수 없다. 그럼 지금 나의 고민은 무엇인가? 나는 왜 지금 삶이 피폐해진 경쟁과 관대하지 못했던 일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는 가? 분명 나 역시 타인의 양보와 희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성공 혹은 성취로 이끄는 것은 내가 아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기를.. 절박하게 바라는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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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