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나누며
돌아가신 어머니의 친구분으로부터 부재중 통화가 와 있었다.
나의 중학교 어머니회 모임에서 알게 되어 언니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사이셨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연락이 닿을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벌써 5년이 흘렀다.
생각해 보니 몇 달 전에도 전화벨이 한번 울리고 끊어졌었다. 그땐 잘 못 거신 게 분명해 보여서 회신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러기엔 뭔가 찜찜했다.
받지 않는 전화.. 문자를 보내드려 볼까 하다가 차라리 그분의 딸인 내 동창에게 연락을 해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친하게 지내진 않더라도 서로 경조사 정도는 챙길 정도의 인연은 되니까..
대학 교수인 딸은 강의 중이라 바로 연락이 안 됐는데 저녁에 확인해 보겠다고 답장이 왔다. 가까이 지내진 않지만 간만의 기별에 반가운 표현은 할 수 있는 사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딸에게 먼저 연락이 오고 나중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직접 왔다.
내 번호가 담겨 있지 않아서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으셨다고.. 우리 아버지뿐 아니라 장인 장모까지 우리 부모님 세대는 각종 사기범죄가 난무하는 이 험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택한 유일하고 확실한 전략. 오프라인의 인연 이외에는 철저히 배제하고 살아가셔도 불편이 없다는 뜻이려니..
굳이 오고 간 전파의 인과 관계를 따질일은 아닐 테니.. 가늘고 떨린 음성에 못 뵙고 지낸 지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는데 나도 모를 반가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추억도 같이.. 그리움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갑자기 오랜만에 연락이 닿는 경우는 반가움과 당혹감이 동시에 밀려들 때가 많다. 뜬금없는 연락이라고 하기엔 미안하니 기억 너머의 소식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을 듯하다. 더욱이 용건이 없을 때 이렇게 다가오는 안부의 너머에는 그리움이 짙어지다 못한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나의 외로움이 상대에 닿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으랴만 그래도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연락은 반겨 맞지 않을 수 없다.
'안아줄까?' '응'
까만 겨울 밤하늘에 조용히 내리는 흰 눈처럼 마치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순수했던 시절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땅한 순간이 되면 서로를 안아 주기도 했었다. 만일 곁에 계셨더라면.. 마치 내 어머니인양 한번 안아드렸으면 좋았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