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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Feb 17. 2022

엄마 잠시 혼자 좀 있을게!



 “엄마 이제 설거지할게!” 오늘도 만들기와 역할놀이까지 하얗게 불태웠다고 생각하고 집안일을 하려는데 “엄마~ 조금만 더 놀자~” 일어나려는 엄마를 자꾸 잡아 앉힌다. “더는 안돼! 빨래 돌리고 설거지하고 밥도 해야 해!” 속상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일일이 할 일을 말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발 옆으로 인형을 가지고 와서 논다. “얘들아, 엄마 좀 잠시 혼자 있을게!” 겨울방학으로 아이들과 종일 붙어있으면서 뭔가 생각하거나 멍하게 있을 시간이 집안일을 하거나 화장실 갈 때뿐인데 그 짧은 시간조차 아이들은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아이들이 커서도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데 나의 육아는 엄마만 있고 내가 없다. 답답한 마음을 속으로 삼키면 물이 차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주변 분들은 아이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라지만 마음의 물이 모두 빠져나가 또 무지개가 드리우면 나는 습성처럼 다시 아이들 옆에 붙어 앉는 미련한 엄마다. 올해 겨울방학부터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내 일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은 아이들이 밥을 다 못 먹어도 내가 다 먹었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한다.








작업 노트

 7장의 그림을 그리면서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걸릴지 내내 걱정했었다. 그런데도 매일 똑같고 똑같을 겨울방학의 전부는 ‘시간표’라는 생각이 들어서 없는 시간을 내어 묵묵히 그렸었다. ‘겨울방학 동안에 내가 몇 편의 글을 쓸 수 있을까?’만 생각하면 괜히 먹먹하고 서글퍼져 나름 속도를 낼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한다. 이번에는 색을 ‘물’의 ‘물에 젖은 스펀지’와 ‘물번짐’으로만 칠해봤다. 물기 가득한 색에 외롭고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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