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의 말
"예솔아, 오늘 체육 했어?"
"응, 했어."
"뭐 했어?"
"막대기 달리기"
"어떻게 하는데?"
"체육 선생님이 긴 막대기를 주셨거든. 먼저 친구들을 빨간 팀과 파란 팀으로 나눠서 막 달리기해! (뛰는 시늉) 이렇게 빨리 뛰어간 친구가 먼저 예쁘게 막대기를 선물로 주는 거야.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전달해주는 모습)
"……. 아! 계주!"
예솔은 말을 시작할 때부터 뭐든지 '선물을 받았다' 혹은' 선물을 줬다'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어달리기의 배턴도 선물이라고 여기다니! 아이의 말에 배턴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계주를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하게 되었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뽀송뽀송한 흰 수건 같은 마음이 귀엽고 예쁘다. 이제는 초등학생이 되어 순수한 엉뚱함이 사라졌다고만 생각했는데 해맑게 웃는 모습에서 늘 같을 나의 귀한 아기가 보였다.
아기와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시절. 우리를 보시던 어른들마다 '아이는 평생 할 효도를 세 살까지 다한다.'라고 말씀하셔서 그때는 너무 힘든데 무슨 말이냐며 속으로 속상해했었다. 그런데 예솔이 만 세 살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간직해줘서 갑작스레 고마움을 느꼈다. 내게는 아이가 매일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체가 선물이다. 지금도 섬광처럼 스쳐 갈 반짝임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아이가 없었다면 몰랐을 세계를 예솔이 덕분에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