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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사 Y Mar 24. 2023

아이 유형에 따른 말하기(3)

게임에 빠진 아이

 아이가 밖에서 5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왔다고 하자. 여러분은 아이를 혼낼 마음이 드는가? 행여 다치진 않았을까, 너무 피곤하진 않을까 걱정스럽긴 하지만 혼낼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엔 아이가 PC방에 5시간 있다가 왔다고 하자. 여러분 마음이 어떤가?


 분명 불편하고 조금은 짜증스러울 것이다. 운동을 하는 것이면 몸이라도 건강해질 텐데, PC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왔다니, 참 내 새끼지만 조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자면, 밖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나 게임을 하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니 다툼이 생기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게임 중독자 취급을 하고 아이는 그런 부모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게임과 운동은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게임이 아이를 건강하게 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아이를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 운동게임도 운동처럼 아이의 스트레스를 발산하게 해준다. 게임도 운동처럼 경쟁심을 불러 일으켜 준다. 심지어 게임은 운동에 별반 재능이 없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아이들에게 게임은 문화다. 부모세대가 이해할 수 있건 없건, 게임에 대한 통제는 아이들 문화에 대한 통제다. 그리고 그 어감이 주는 느낌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통제는 아이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야기한다. 우선 게임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있어 게임이란 어떤 것인지 그 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1)게임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


 게임 자체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지 못한다. 오히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을 할 때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 더 정확히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아이들은 게임도 게임이지만, 친구들과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게임한다.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소통하고 경쟁한다.  아직 삶 전반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학문적 토론을 하기에 서툰 아이들에겐, 대화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게임은 아주 훌륭한 대화소재가 되어 준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왜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게임에 빠지는 경향이 더 클까? 남여에 대한 사회적 구조 때문도 물론 있겠지만, 필자는 '대화 소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나이대에서는 몇 시간이나 이야기할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친구들은 모였고, 시간은 넘쳐나고, 대화소재는 부족하고. 이게 우리나라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다. 우리 어머님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자. 뭔가 스트레스는 쌓여 있고 마땅히 즐길 만한 건 없고 시간은 많을 때, 여러분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무엇을 했는가?


 바로 뒷담화다. 처음엔 평소 눈꼴 시려웠던 친구부터 시작해서 점차 선생님들로 확장된다. 필자의 학창시절부터 시작해서 선생질을 해먹을 때 여학생들에게 들은 뒷담들을 생각하면 어느새 닭똥 같은 물줄기가 눈에서 흐른다. 그리고 이것은 더는 뒷담화 할 대상이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대상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여러분들에게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었다.


 재미난 것은 이러한 경향이 유독 여학생의 경우에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대화 소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기 쉽고 긍정적인 말은 마음에 품기 어렵다. 아직은 이렇다 할 삶의 고뇌도, 건설적인 토론을 진행할 지식도 없는 나이에, 무언가를 '말' 하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이야기가 바로 뒷담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이야기건 나쁜 이야기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공감 받는 기분을 느끼고 함께 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기거나 슬픈 일이 생기면, 벌써부터 친구에게 쪼르르 달려 가 

이야기를 할 생각에 들뜨기도 한다.


 하지만 남학생들은 뒷담화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에게는 즐길 거리가 남아 있다. 운동은 그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거듭 밝히듯이 '남자 아이'도 '아이'다. 그들도 타인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느끼거나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성'은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찾는 출구가 바로 '게임'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혼자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는 찾기 어렵다. 함께 있으면 PC방을 가고 떨어져 있으면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낀다. 요새는 '디스코드'라고 일종의 음성채팅방을 만들어서, 별 달리 할 게 없어도 그곳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면, 아이들에게 '게임'이란 단순히 오락이 아니다. 그들에게 게임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매개체이며 대화 소재이다. 아이들에게 게임이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주요 방편이 되어 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아이들의 게임을 두고 무턱대고 화만 낸다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친구들과 교류할 중요한 창구 하나를 잃게 돼버리는 셈인 것이다.




2) '함께 하는 게임'을 권장하고 '혼자 하는 게임'을 자제시킬 것.


 그러니 아이가 너무 게임을 좋아한다면, 게임을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임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혼자 하는 게임을 자제시키는 것이 좋다. 


 필자가 권장하는 것은, 친구들과 PC방을 가게끔 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어떤 마음에서 피시방을 금지하는지는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PC방을 드나들었던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어릴 때 PC방에는 참 무서운 형님들이 많았다. 돈도 뜯기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PC방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리의 기억이나 인식 속의 PC방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아이들이 가는 낮 시간 대의 PC방에는 온통 학생들뿐이다. 이건 PC방 알바를 1년 가까이 했었던 필자의 경험을 믿어 주셔도 좋다. 그러니 더는 PC방은 아이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겪거나 일탈의 계기가 되는 공간이 아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PC방으로 보내야 한다. 여러분들이 가지는 또 하나의 불안은, 바로 여러분의 눈에서 벗어나서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있을 아이의 모습일 것이다. 왜인지 PC방을 보내면 거기서 죽 치고 앉아 하루 종일 있을 것만 같은 불안이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PC방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여러분 몰래 PC방을 간다면, 다음이 없을 거란 불안감에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하고는 한다. 또한 원래 몰래 먹는 빵이 맛있는 법이다. 엄마 눈을 피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으니 오죽이나 재밌겠는가.


 하지만 여러분들이 돈을 쥐어 주며 '몇 시간' 동안 하고 오라고 시간을 정해준다면, 아이는 거기에 따른다. 남자 아이들은 굉장히 단순한 면이 있다. '금지'하는 것에는 엄청난 집착을 보이는 반면, '허락된 것'에는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어떤 일을 시킬 때 '기한'을 정해주면 어지간해서는 그 기한을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PC방을 보내면 아이는 그곳에 혼자 가지 않는다. 남자 아이는 언제나 친구와 함께 PC방을 간다. 누구와 함께 간다고 하면, 그 친구의 비용까지 내주는 것이 좋다. 이런 모습에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이해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소 PC방에 보내는 것은 '집 안에서의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 명분이 되어 준다. 사실 게임이 미치는 악영향은 밤에 게임을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밤에 자꾸 잠은 안 자고 게임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 졸게 되고,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학원에서 졸게 되고, 그렇게 잔뜩 졸고 집에 오니 정신이 말똥해져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다.


 이러한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라도 집 안에서의 게임은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통제를 위해서라도 평소에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PC방을 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여러분들도 아이가 '정해진 날에', '정해진 친구와', '정해진 시간만큼' 게임을 한다면 아무런 불만이 없지 않은가? 괜히 나가서 운동을 하다가 다치고 오는 것보다는 게임이 훨씬 안전하니까 말이다. 실제로 필자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게임을 하다가 다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평소에 아이들이 PC방에서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불어 평소에 PC방을 보내주는 대신, 허락없이 PC방에 간 것을 들킬 경우의 벌을 약속해 두는 것도 좋다.


 그러니 아이에게 '친구'와 함께 하는 게임은 허락하되 '혼자 하는 게임'은 통제하기를 바란다.




3) 게임 중독이 분명할 정도로 게임에 빠져 있는 경우.


  사실 이 경우는 센터에 데려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를 환자 취급하는 것이 너무도 부담스러워 센터에 데려가지 못하겠다면,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을 써본 후에 상황을 지켜 보셔도 좋다. 


 이미 게임 중독이 거의 확실한 경우, 더는 아이는 소통을 위해 게임을 하지는 않고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엔 먼저 아이가 게임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남자 아이들은 게임에도 분명한 목적이 있다. '티어(일종의 게임 레벨로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편리함.)'나 '레벨 업' 등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먼저 아이가 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게임 같은 거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왜 하는지도 모르겠더라도, 아이를 위해서 여러분은 아이가 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아이가 게임에 중독될 정도로 방치한 것은 여러분이 아닌가? 그러니 아이를 고치고 싶다면 여러분도 고생을 해야 한다.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한 후라면, 식사 시간을 이용해 해당 게임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아이의 목표가 '티어'라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여러분은 아이가 게임을 할 때에 아이의 옆에 의자를 두고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응원해 주기만 하면 된다. 계속해서 언급하듯이, 모든 아이는 인정 받고 싶다. 남자 아이가 게임에 빠진 경우, 다른 곳에서는 받지 못했던 인정을 게임을 통해서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분들은 아이의 옆에서 게임을 지켜 보며 아이를 응원하고, 또 칭찬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하는 것을 이해해 주고 아이의 '플레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여러분에겐 지루하고 또 억지 웃음과 관심을 갖는 것이 괴로운 일이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선 처음이나 불편하지 어느 순간에 오면 여러분께 잘 보이고 싶어서 게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이가 정말 집중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제 이야기는 수월하다. 게임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피곤한 일이여서, 집중해서 게임을 하는 경우 몇 시간 안 가서 지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옆에서 지켜본 날이면, 아이는 평소보다 게임을 적게 하고 침대에 누울 것이다. 바로 잠을 자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일찍 자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점차 게임을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아이에겐 죄책감이 쌓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옆자리를 지켜준다는 것이, 아이에겐 조금 으쓱한 일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게임을 하는 시간이 줄어드게 된다.


 또한 아이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돈을 써서라도 아이의 목표를 달성시켜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보통 게임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매우 강렬하게 원한다. 그리고 그 목표가 강렬할수록,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공허함은 커진다.


 따라서 아이가 목표를 빨리 달성할수록, 아이가 게임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니 아이의 목표가 여러분의 목표인 것처럼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이 몇 달 이상 지속된다면, 인정 욕구는 게임에서 부모로 옮겨 가게 된다. 아이가 바라던 인정은 게임에서보다 여러분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실제로 이를 실행한 학부모는 손에 꼽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게임을 좋아하는 필자가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의 목표에 도움을 주곤 했다. 그리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은 목표를 달성한 후에 급속도로 흥미가 식었고, 게임에서가 아니라 필자에게서 인정 받고 싶은 욕구는 커졌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게임에 중독되듯이 빠져 버린 아이는 모두 불쌍하다고 말이다. 그런 아이들은 대개 부모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애정을 받지 못해서 게임에 빠진 건지, 게임에 빠져서 애정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아이는 '현재' 어디에서도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쓰럽고 안타깝다.


 여러분이 아이보다 어른이라면, 게임에 빠진 아이를 너무 나무라지 않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 아이는 정말 어디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거짓으로라도 응원해 주길 정말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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