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안다'라는 건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누군가에겐 아는 게 별루 없는 청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요 ㅎㅎ
오늘은 조금 재밌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는 것이 힘이란 유명한 말이 있다. 100% 동의하는 바이다. 정보사회로 세상이 바뀜에 따라서 좋은 정보를 많이 아는 건 정말이지 엄청난 힘이 된다. 내 전공분야를 잘 알면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투자 정보를 많이 알면 큰 수익을 볼 수 있고, 사람을 많이 알면 인적 네트워크로부터 무수히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정말이지 아는 게 힘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아는 게 너무 많아서 약간은 괴롭다는 생각을 한다. 내 브런치 채널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빠르게 돈공부를 시작해서 사회생활 2년 3개월 만에 7천만원이라는 돈을 모은다. 꼼꼼하게 공부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경제신문사로 이직하여 내 특기를 살리면서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 왜 괴로움이 생겼을까? 그건 세상에 돈을 버는 방법이 넘쳐나도록 다양하며, 이를 활용해 실제로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매일매일 체감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상화폐, 주식, 사업, N잡, 플랫폼 운영 등등 셀 수 없이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대표적인 예로 주식 투자를 들어본다.
위 표를 보면 다양한 투자자산의 예시가 나온다. 10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꾸준히 돈을 모았다면 손해도 이익도 아니지 않냐고? 아니다 당신은 20%의 손해를 본 것이다. 왜냐면 그동안 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현금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미국주식이나 서울의 아파트, 혹은 금(gold)에라도 투자했다면 매우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투자 수익이 크지는 않지만, 나도 자산을 형성함에 있어서 투자수익이 꽤 쏠쏠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전세금으로 묶여 있는 돈과 cma계좌에서 매일 이자를 받으면서 묵혀두고 있는 돈을 보면서 상당한 조바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빨리 어디든 좋은 투자처에 내 돈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상, 그리고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확신하는 건 자산의 세계에는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어서 상승할 때가 있으면 폭락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헷지(하락을 대비하여 안전자산 등에 돈을 투자해놓는 것)'를 적절히 하지 않는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매순간마다 좋은 기회를 스쳐지나면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는 건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구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아는 것이 많아져서 괴로움도 생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몰랐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있어서 절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자산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을 도무지 그만둘 수가 없다(게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경제경영서, 재테크책을 전문으로 편집하는 에디터이지 않은가, 이래나저래나 돈 버는 일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지우 작가의 신작 책이다. 이 책은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다룬다. 이 또한 100% 동의하는 바이다. 세상에는, 인생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달려가면서, 지금 누리는 이 시간에 영원하지 않으리란 사실은 자명하다. 그래서 내면의 갈등이 생긴다. '매일 돈을 신경 쓰면서, 돈을 공부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하면서 사는 지금의 삶이 과연 좋은 삶일까?'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점점 어려워짐을 느낀다. 단순히 돈이 많은 게 최고로 좋은 거였다면 나는 쉴새 없이 돈을 벌어서, 20대에 1억도 훨씬 넘게 모을 수도 있었을 터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6개월 동안 일을 쉬면서 여행을 다니고, 취미생활에 만끽해보는 경험도 했고, 연봉을 많이 깎아서 원하는 직장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그런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돈을 엄청 중시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큰돈은 아니지만, 자산을 불리기 위한 노력을 매일매일 쉬지 않고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삶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할까? 참 어려운 질문들이다.
이런 어려운 질문에서, 그런 얽매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요즘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죽을 때까지 이러한 질문들은 나를 괴롭힐 거다. 그 결과가 '성장'일지, '실패'일지 나는 모른다. 모르기에, 나는 산다. 아무도 나를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매일 쫓기는 기분으로 사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당장 sns에만 접속해봐도 갓생을 살며 인생을 즐기는 듯한 잘난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가.
열심히 사는 것도, 노력하는 일도 적당히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취미생활을 꾸준히 하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브런치에도 올렸지만, 나는 물생활이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정말 즐겁다. 돈이 나오는 것도, 스펙이 되는 일도 아니지만 이 취미에 몰두하는 일이 큰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내 삶에서 취미생활의 비중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아무런 이득은 없지만, 평온함을 되찾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니까.
운동도 하고, 목적 없이 사람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비중도 늘리고 싶다. 나는 너무 '가성비'만을 중시하며 살지 않았나 싶다. 후회는 없다. 열심히 산 덕분에 얻은 게 정말 많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쉬어가야 하는 타이밍인 것 같다. 읽고 싶은 책도 읽고, 가끔은 보고 싶은 영화도 관람하면서 힘을 빼야겠다.
조금 덜 움직일 필요, 조금 덜 노력할 필요, 조금 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천천히 살자.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조바심을 내지 말자. 빨리 가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가는 게 중요하다. 절제하고 릴렉스된 삶을 지향하자. 정말이지 한번뿐인 삶이지 않은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