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과 정확히 대응하는 번역어가 없는 영단어, 'integrity'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진실성, (나뉘지 않고) 온전한 상태, 온전함' 등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함축된 의미가 실로 대단히 깊다. 이 영단어의 뜻을 깊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생각-말(언어)-행동(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 넘치지 않게 말하고, 입밖으로 낸 말은 반드시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러한 삶의 태도를 가다듬는 것부터 모든 일은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훨씬 더 값진 결괏값을 얻을 수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신입 사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이 'integrity'라고 한다. 대체 이 인테그리티라는 게 정확히 뭘까? 브런치 작가님 '귯다르타'님이 정리해주신 자료를 인용, 요약하여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인테그리티는)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히 치환되는 단어가 없어 다양하게 번역되어 사용한다. 경영서적이나 자기 계발서적에는 '성실'이나 '정직'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중략) 영어 사전에는 두 가지 의미로 정의하는데, 첫째는 성실이나 정직이고, 두 번째 정의는 '온전함'이다. 우리는 두 번째 정의에 주목해야 한다.
-the state of being whole and undivided. (분열되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함)
생각과 가치관, 말과 행동이 따로 놀지 않고 일치하는 상태, 즉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정직하다고 해서 꼭 인테그리티한 것은 아니다. 거짓말 해놓고는 거짓말임을 고백한다면 그 사람은 정직하긴 하지만, 인테그리티한 것은 아니다. 거짓말을 한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의 신념과 말과 행동이 분열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테그리티란 (시대와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자신이 옳다고 믿거나 생각하는 것을 말과 행동을 통해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이를 토대로 형성된 가치관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 그 어떤 외압이나 타인의 시선에도 끄떡없이 끝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사람. 최근에 맥스 할로웨이와의 경기를 끝으로, UFC에서 은퇴한 정찬성 선수 또한 인테그리티한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출처: <일간 스포츠>
링네임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한국인 최초로 UFC에서 챔피언 타이틀 매치를 치른 위대한 선수이다. 그는 10년 훌쩍 넘게 선수 생활을 지속해왔음에도, 뼈를 깎는 노력을 숱하게 해왔음에도, 결국 챔피언이 되는 데 실패했다.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달려왔다고 하는 그는, 챔피언이 되지 못하고 은퇴한 순간, 영원히 패배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가 볼카노프스키와 할로웨이에게 패배하여, 영원히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정되었음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리스펙'한다. 왜냐하면 그는 인테그리티한 삶을 살아왔고, 격투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패배했을지언정 모든 것을 쏟아내며 끝까지 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공이니 실패니 그 따위 잣대를 그에게 들이대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 1등을 한 사람도 대단하다고 칭찬하지만 안간힘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끝까지 쏟아내는 사람도 대단히 존경한다. 특히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변치 않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나도 인테그리티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이야기의 결말이 설령 '실패'일지라도, 끝까지 온전한 신념을 지키면서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싶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어떠하든 간에, 긴 세월 동안 변치 않고,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끝까지 가는 사람은, 정말로 너무나도 멋지다. 한번뿐인 삶, 성공하고 화려하게 살진 못하더라도, 멋있게 살고 싶다. 28살, 영원할 것 같았던 20대가 서서히 저무는 시간을 살고 있다. 훗날 나의 20대를 되돌아볼 때, 미숙하고 실수투성이였지만, 때론 게으르고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 일을 그르쳤지만, 지나치게 교만했고, 안 좋은 습관을 쉽사리 못 고쳤지만, 그래도 끝까지 '인테그리티'했노라고 나의 20대를 추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