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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Nov 12. 2022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돈에 관한 두 가지 문장 ①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돈에 관한 두 가지 문장이 있다. 나는 항상 이 문장들의 '진위 여부'가 궁금했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단 논리적인 접근을 통해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은 깊은 충동을 느낀 적이 많았다. 첫 문장은 이것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세상에는 많다.


일상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정말 맞는 말일까?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핵심적인 단 하나의 열쇠를 고민해보았다. 사랑, 우애, 배려와 같은 가치들을 떠올릴 수도 있고, 가족 간의 대화나 따뜻한 스킨쉽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한 정답은 '가정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고, 불행을 해결(방지)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돈'이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충숙(장혜진 분)이 외치듯 "돈이 주름살 쫙 펴주는 법"이니까. 행복의 핵심이 돈이라고 생각한다니, 내가 너무 속물인가 싶다가도 '훌륭한 인격'이나 '따뜻한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골똘히 생각하다보면 돈의 힘에 놀라게 된다.


인격과 사랑은 돈의 결과이지 행복의 원인이 아니다. 굶주리고 헐벗으면 성인군자도 도둑질하는 법이다. 돈이 없을수록 인격자가 되기 어렵다.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눈 뜨고 코베여 가는 세상, 부의 양극화가 나날이 심해지고, 경쟁은 강화되는 이 세상에서 여유로운 마음은 사치로 여겨질 때가 많다. 무엇보다 나눔과 배려는 든든한 곳간에서 나온다.


나는 사회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무리 열심히 찾아보아도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적잖이 절망스러웠던 적이 많다. 온라인 공간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살아보니 돈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젊음을 즐기고,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많이 보내세요.'와 같은 취지의 댓글을 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두들 돈, 주식, 집, 차, 직장, 연애(결혼), 팍팍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내뱉지 우아하게 비물질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다.


돈이 아니라 젊음, 건강, 가족과의 단란하고 행복한 시간 등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온전히 누리면서 사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 골몰하라고 조언하기는 쉽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발견하는 행운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축복과 같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을 내일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 보통의 삶에 가깝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즐겁게 사는 삶은 모두의 워너비, 유토피아적인 삶이 아닌가?


멋드러진 말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현실을 분명히 마주하며 '일상적인 말'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거다. 돈 말고 내 비루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을 도저히 못 찾겠으니 이토록 돈에 집착하고 돈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돈 성애자여서 돈만 보면 흥분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민을 시작하는 게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찾는 지름길 같다. 그것은 행복, 사랑, 배려, 가족 등등 추상적이고 희귀한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대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따뜻한 조언, 촌철살인 명언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잠깐의 위안이 아니라 내 현실을 진짜 바꿀 수 있는 수단을 원한다. 그것을 얻으려면 뜬구름 잡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현실을 분명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돈에 주목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고, 1억 원을 모으는 프로젝트도 그래서 시작했다. 돈을 모으면서 돈의 정체를 면면이 파헤칠 때, 그 무엇보다 분명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흔히 들을 수 있는 관용적인 문장이다. 하지만 사랑이야말로 돈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타인의 평균값을 어떻게든 계산해내고야 만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하반신 마비 남자 약사와 비장애인 여성 커플이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수근과 서장훈은 남자의 외모가 잘생겼고 직업이 좋으니 훌륭한 남편감이라는 칭찬을 해주었다. '하반신 마비 장애'라는 마이너스 요인을 외모와 직업이라는 플러스 요인이 상쇄해주기 때문에 '좋은 남편감(즉 사랑할 만한 사람)'에 도달 가능하다는 이들의 논리를 문제시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에게 익숙한 일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여러 조건을 따지고 계산해서 과연 내가 사랑할 만한 사람인지 가늠해보는 일은.

잘생긴 외모+좋은 직업-하반신 마비 장애=좋은 남편감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현실에서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자동차 배기량, 아파트 평수, 연봉, 나이, 재산 등만 숫자로 표현되는 게 아니다. 외모(키가 몇 cm인지, 쓰리 사이즈, 백만불짜리 코 등의 표현을 보라)도 숫자로 환산되고, 어떤 브랜드의 옷을 걸치고 있는지도 금방 숫자로 환산된다.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 고유한 인간의 모든 가치들을 철저하게 숫자로 환원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 중에 하나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모든 것을 숫자로 환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이 촘촘한 그물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다.


사랑은 돈이라는 거대한 집합 안에 있는 작은 부분집합이다. '사랑할지 안 할지'를 돈의 논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암담하고 우울한 결론이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보면서 마을에서 제일가는 미녀인 벨이 야수와 사랑에 빠질 때, 저 야수는 그래도 대저택을 소유한 부자니까, 라는 조금은 못난 생각을 하다가 결국 벨과 '급이 맞는' 왕자로 변하는 야수를 보면서 남아 있던 환상마저 박살나버렸다. 애니의 제목처럼 진짜 미녀와 야수 커플은 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일까?



돈을 모으기 전에 먼저, 나만의 '돈 가치관'을 세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돈이란 무엇인지, 왜 돈을 모으려고 하는지, 돈을 어떻게 모을 건지... 나만의 가치관이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이때 손쉽게 사랑 등등의 추상적인 가치를 돈보다 중요하다고 말해서는 곤란하다. 남의 말을 정답처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삶이라는 정글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얻어낸 나만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온우주에 유일한 존재이고, 당신은 단 한번의 삶을 오로지 당신으로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당신을 대신해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찾아줄 수 없다.


사회초년생이 3년 동안 1억을 모으려면 여간 독하지 않으면 택도 없다. 분명하고 강인한 가치관이 먼저 서 있지 않으면 이 긴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할 수 없다. 나는 1억을 모으는 방법만큼 '돈 가치관'을 어떻게 세울 건지 고민해나갈 것이다.


*<1억 프로젝트> 1편부터 차례대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brunch.co.kr/@tam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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