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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Dec 12. 2022

웰메이드 투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는 영리한 방식

투자의 정석,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선 돈보다 먼저 알아야 될 게 있어. 그 돈의 주인인 바로 인간.


평소 유행하는 무언가를 잘 못 보는 체질인데, 이번에 주호민 작가님이 <재벌집 막내아들>이 재밌다고 본인 채널에서 말씀하시길래 주말 동안 몰아서 보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VwS0IgfWM&t=17s


주식, 부동산, 재개발 사업, 인수합병, 경영권 다툼(재벌 세습), 불평등 문제, 닷컴 버블, IMF, 달러 전성시대... 이거 완전히 과거를 아는 인간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기어코 '기회를 기적으로' 만드는 대중욕망의 집합체 같은 드라마였다.

극 중간에 조미료 뿌리듯 부자들의 갑질, 대기업의 비자금 형성 과정에서 소시민이 막대한 피해를 받는 장면, 기회의 불균형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사회 문제도 감질나게 건들여주는 게 상당히 일품이었다. 몇몇 인상 깊었던 장면을 톺아본다.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출처: JTPC


과거로 회귀해 재벌 3세가 된 진도준(송중기 분)의 첫 번째 투자. 할아버지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의 퀴즈를 맞히고 상품으로 현금이 아닌 분당 땅 5만 평을 받는 장면이다. "제가 성인이 되서 그 돈을 쓸 나이가 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잖아요?"(그러니까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는 노른자 땅을 주세요!) 분당 땅 5만 평은 훗날 '수도권 제1기 신도시 사업' 부지로 선정되면서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상승한다. 이 때 진도준이 거머쥔 240억은 그의 시드머니가 된다. 땅이 아닌 현금을 증여 받았다면 십 몇년이 흘러 그 돈을 쓸 때가 되었을 때, 현금가치가 반, 반의 반으로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일전에 '화폐 가치의 영원한 하락'과 관련한 브런치 포스팅을 했던 적 있다.

https://brunch.co.kr/@tamer/15


부동산이 투자의 대상이 된 건,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 길을 가다가 LH에서 시공하는 아파트 단지 앞에 "집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것입니다." 이런 현수막을 본 적 있는데, 생각이 복잡해지는 문구였다.

시민 작가는 종종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책 『진보와 빈곤』을 언급하며, 사회 전체의 '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우리네 삶을 그다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은 원인으로, 모든 부가 토지(부동산)로 가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헨리 조지는 "토지는 자연의 선물"이므로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불로소득이고, 토지는 함부로 사유화되서는 안 된다"라고 저서에서 밝힌다.






그러나 돈의 주인인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계 재산의 대부분은 부동산(비금융자산)에 집약되어, 서민, 부자 할 것 없이 부동산 문제는 치명적인 역린이다.

나 같은 청년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그리는 첫 번째 이유도 '부동산(집)'일 텐데, 고민이 되었다. 나는 부동산 정상화('정상'이란 게 대체 무엇일까?)를 위해 싸워야 할까, 아니면 몇 백년 동안 투자의 대상이었던 부동산을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고 역으로 이용해야 할까? 아마, 1억원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두 번째로 이어질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가 될 것이 뻔하다. 설령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거주 공간으로서 집의 정체성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자산이라면 언제든지 과도한 버블이 끼기 마련이니까. 어디서, 어떻게 거주할지는 인생에서 거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이를 단순히 재테크 수단으로 접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집은 투자 대상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끝까지 명심하자.



출처: 한국은행(2020)


순자산 대비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77.4%? 대한민국에서 돈 좀 벌어봤다 싶은 사람들, 연예인들, 사업가들 할 것 없이 죄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의 '부'는 거의 대부분 부동산에 몰빵되어 있다. 부동산의 가격 하락, 상승에 울고웃는 삶이 과연 옳은 것인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부터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JTPC


인터넷이 물류 산업을 지배하는 미래를 아는 진도준은 작은 인터넷 서점이었던 코다브라(실제명: 카타블라)에 투자한다. 그 회사는 훗날 나스닥에 상장하여 아마좀(실제명: 아마존) 닷컴이 되고, 주가가 900% 뛰어오른다. 21세기는 가히 인터넷 물류 혁명이 일어난 시대이다. 작중에서도 언급되지만, 이는 훗날 '닷컴버블'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반드시 버블(과열)을 만들고, 결국 폭락으로 마감한다. '주식의 30%는 기술, 70%는 심리'라는 말도 이러한 토대에서 나온다.


출처: JTPC


미래 유망 업종에 일찍이 투자해 놓고,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 시세차익을 거둔다. 주식 투자의 정석이다. 그전에 부동산으로 번 240억을 달러로 미리 바꿔놓는 판단도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이다. 나도 투자자산의 70%는 달러(즉, 미국주식)이다.


출처: SBS 모닝와이드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면 모든 돈이 달러로 모인다. 올해 달러 환율이 1440원까지 기록적으로 치솟았던 근본적인 이유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세계기축통화에 도전하고 있다곤 하나, 아직까진 어림도 없고, 위기일 때는 달러가 최고이다.

부동산, 주식 등 코로나 버블이 꺼지고 난 후 폭락할 때 진도준처럼 자산의 일정 부분을 달러로 가지고 있었다면, 엄청난 환차이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측면에서 달러 보유는 투자자에게 필수이다.




총 16부작 중에서 아직 6화밖에 안 봤지만, 아예 언급하지 못한 부분도 너무나도 많다. '과거로 돌아가서 투자를 한다면'이라는 2022년에 가장 적절한 대중의 욕망을 매우 영리하게 건들이면서 재벌의 몰락과 가족 복수극을 그리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남은 회차가 상당히 기대된다.


내게 이 드라마의 장르적 재미는 돈과 돈의 주인인 인간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에 있다. 드라마 보면서 돈 공부도 할 수 있다니! 혹시 관심이 없었다면 오늘부터라도 꼭 한번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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