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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Feb 25. 2023

"전세 살지 마세요."라는 말의 의미

월세vs전세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이상한 문화가 있다. 월세 산다고 하면 불쌍하게 보거나, 손해라고 생각하는데 전세 산다고 하면 월세 아끼면서 잘 산다고 생각하는 문화. 나도 한때 전세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월세를 선택하는 문제는 조목조목 따져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오늘은 전월세의 구조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한번 알아보자. 먼저 전세 제도의 독특성부터 짚는다.




'전세'는 굉장히 독특한 제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적인' 부동산 제도이다.


"전세 제도가 도입된 것은 주택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글쓴이주: 19세기 이전이다)에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집주인은 부족한 주택구입자금을 전세자금을 이용하여 무이자로 융통하고, 세입자는 매달 이자를 부담하는 것보다 주택의 절반가격 정도에서 주택을 임차하는 것이 득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Jeonse, Rental housing, 傳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출처: jtbc <톡파원 25시> 캡처


방송인 타일러 씨가 말하는 것처럼 외국인 입장에서는 전세가 도통 이해하기 쉽지 않다. 단순히 생각하면 월세를 아껴서 좋겠지만, 매우 큰 돈을 적절히 굴리면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큰 손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이렇게 한번 예시를 생각해보자.


자기 돈 1억과 전세대출 1억을 받아, 2억짜리 전셋집을 계약한 30대 직장인 A 씨

->A 씨는 시중 대출 중 가장 금리가 좋은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아서 고정금리 1.8%에 1억을 빌렸다. 자기 돈 1억을 보태 2억짜리 전셋집을 계약했으니 매달 이자가 18만원쯤 발생할 것이다. 해당 집의 월세는 50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차익이 32만원이 발생하니 엄청난 이득일까?


전혀 아닐 수 있다. 신협 등에서 출시하는 특판 예금의 경우, 이자가 5% 내외의 상품이 많다. 대출을 받지 않고 자기 돈 1억을 예금에 넣으면 매년 이자가 500만원(이자소득세 15.4%가 있긴 하다)이 발생한다. 50만원씩 월세를 내면 1년에 대략 600만원이다.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월세보단 합리적이지 않냐고 생각다면, 최근 집값이 폭락 중임을 떠올려보자. 내 돈 1억을 고스란히 예금통장에 넣어놓고 있으면, 집값이 폭락할 때 기회를 잡아서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대출을 받아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전세대출을 받으면 박탈당하는 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은행 예적금뿐만 아니라 주식투자나 소자본 창업 등 다양한 투자 방법도 있다. 그런데 대출을 받아서 내 돈 모두를 집주인에게 전세금으로 주면, 돈은 묶이고 투자 기회는 사라진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묶인다는 건 월세 몇만 원 더 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출처: jtbc <톡파원 25시> 캡처


최근 빌라왕, 전세왕 등 전세 제도의 헛점을 파고들어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외에도 전세금을 떼먹거나, 소위 깡통전세 매물을 잘못 계약하여 곤혹을 치르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접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세제도가 반드시 좋고,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 없이 상경하여 집을 구해야 했던 필자와 같은 몇몇 경우에는 '청년전세대출' 등의 상품을 적절히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의 경우, 월급을 받자마자 4분의 1을 월세로 지출하게 되니까. 하지만 '전세가 반드시 유리하고, 정답이다.'라는 생각은 위험하고, 편협하다. 전월세 중 무엇이 유리한가는 각자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던져보자. 월세로 내놓으면 매달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왜 집주인들은 전세를 줄까?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데, 집주인들이 기부천사여서 그럴까? 당연히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전세는 집주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9mGWCcCJAE

출처: 유튜버 부읽남TV


위 영상에서 유튜버 부읽남이 강조하는 바처럼, 집주인에게 전세금은 '무이자 대출'과 마찬가지다. 세입자가 큰 돈을 대출받아서 집주인에게 주고, 그 이자를 대신 지불한다. 그 동안 집주인은 전세금으로 캡투자를 할 수도 있고, 주식이나 창업 등에 도전해볼 수도 있고, 기존의 대출을 갚을 수도 있다. 집주인의 자본 운용은 매우 자유로워지지만, 세입자의 자유는 크게 제약된다.

세입자는 대신 '거주 서비스'를 누린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익을 잘 계산해보면 세입자가 무척이나 손해가 크고, 이것은 거의 '착취' 수준인 경우가 많다. 번호로 정리해보자.

 

1. 큰 돈이 묶여 투자를 할 수 없다(자산을 소유하지 못한다, 갭투자를 못한다 등).

2. 전세금을 언제든지 떼먹힐 위험이 있다.

3. 집주인에게 자본을 마련해주고, 이자를 대신 내준다(최근의 고금리 상황에서 무척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참고로 우리나라 전세대출의 70~80%가 변동금리라고 한다).

4. 전셋집이 마련되어 있어 당장은 안정감이 있으니, 경매/청약/급매 부동산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5. 꾸준히 상승하는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아서 다시 묶이는 과정의 반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언제나 '을'의 입장에 서게 된다.

6. 1~5번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은행, 집주인 등에게 끊임없이 착취당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내집 마련'에서 점차 멀어지게 될 확률이 높다.




결론을 내보자. 밑천이 전혀 없는 사초생 등이라면 전세제도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내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 월세나 매매 등 다양한 방법을 꾸준히 공부하며 전세에서 빠르게 탈출하는 게 좋다. 당연히 다양한 투자도 해야 한다. 복잡한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고금리 상황을 잘 이용해서 예적금이라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

월세 산다고 무시하거나, 당연히 전세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묻자.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뭔데요?" 그 사람이 대답을 "매달 월세 안 나가자나!"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말에 전혀 휘둘릴 필요가 없다. 구조를 파악하고, 전월세에서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 내 소유의 집을 갖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오늘의 공부 끝!

*<1억 프로젝트> 1편부터 차례대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brunch.co.kr/@tam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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